신선놀음
레터 구독 서비스를 새로 시작했습니다.독자의 입장에서 어떤 걸 재밌게 읽었나 생각을 해봤는데요. 글쓴이가 신이 난 글이 감정 이입도 잘 되고 좋더라고요. 결론이 났습니다. 전국팔도 좋은 카페 찾아다니는 겁니다. 도안에서 일하기 전에도 제 취미는 카페 투어였거든요. 회사 콘텐츠로 올라가는 것이라 명목상 업무의 일환이니 외근 핑계를 댔습니다만 사실은 일탈에 가깝지요. 꼭지명이 외근일탈인 이유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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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부터 다녀올까 생각하니 바로 떠오르는 곳이 있었습니다. 바로 컨플릭트 스토어 잠실점인데요, 이미 유명한 매장이지만 제겐 더욱 각별한 곳입니다. 왜냐, 저는 컨플릭트 스토어 잠실점에서 몸담은 적이 있거든요. 왜,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도 있잖아요? 오후 2시까지 끝내야 할 데일리 업무를 전부 마치고 출발출발 출출발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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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 근 일 지
잠실에서 함께 커피를
소속 카페 도안
직책 에디터
행선지 컨플릭트스토어 잠실점
이동수단 M5432, 도보
날짜 유난히 추웠던 2023년 1월
수행업무 친정 들려서 놀기 센서리 칼리브레이션
업무결과 컨플릭트스토어 브루잉 레시피 획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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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flict
컨플릭트 스토어는 그 이름처럼 갈등을 유발하는 매장입니다. 고객과 바리스타의 갈등은 당연히 아니고요, 소비자의 마음에서 내적 갈등이 생기길 바라는 마음에서 상호명을 지었습니다. 메뉴판을 보면 무슨 말인지 바로 알 수 있죠. 커피 종류가 많아도 너무 많습니다. 에스프레소 빈만 해도 5가지가 넘는데요, 필터 커피는 더합니다. 많을 때는 싱글 오리진만 50종류가 넘습니다. 심지어 메뉴판에는 없는 이른바 ‘우라메뉴’도 있고요. 커피를 좋아하는 저도 종종 뭐가 뭔지 헷갈리는데 일반인 분들은 어떻겠습니까. 뭘 골라야 할지 감도 안 잡힐게 뻔합니다. 결국 바리스타에게 추천을 받아야만 합니다. 컨플릭트 스토어는 그걸 노렸습니다. 소통을 강제하는 시스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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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두 리스트만 화려한 건 아니죠. 장비도 어마어마합니다. 카운터 뒤 박스에는 시네소 MVP 하이드라를 필두로 말코닉 e80s 3대, 메져 콜드s 2대. 필터 커피 제조 공간에서는 말코닉 ek43s 2대. 마르코 sp9 4그룹에 싱글 에스프레소를 위한 모드바 EP까지!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으면서도 오피스 상권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맛과 생산성 둘 다 잡는 최적의 세팅 같습니다. 뭐 굵직한 것들만 이 정도고요. 컵 같은 기물들도 무엇 하나 허투루 고른 게 없습니다. 소비자에게 최대한 다양한 커피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와인처럼 잔의 모양에 변화를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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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석 배치를 볼까요. 가운데에 바리스타의 무대가 있고 그를 둘러싼 ㄷ자 바 좌석이 있죠.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초밥 집의 맡김차림(오마카세) 좌석 같지 않나요? 네. 컨플릭트 스토어에는 커피 코스가 있습니다. 궁금하시죠. 자세한 설명은 뒤에서 하겠습니다. 저도 일을 했었기 때문에 제가 직접 말해드릴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지금도 재직 중이신 분들의 이야기가 더 와닿겠지요. 옛 동료들 얼굴도 볼 겸, 이것저것 간단한 인터뷰도 할 겸 매장에 다녀왔습니다. 살아있는 잠실점, 정영훈 매니저를 만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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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셨나
(웃음)보시다시피 잘 지냈다.
과거 직장 선임에게 인터뷰를 하려니 기분이 좀 이상하다
지금은 아는 동생이니까 오히려 재밌다. 기자 출신인 것도 알고 있으니 오히려 자연스러워 보이고 좋다.
일할 때부터 느꼈지만 원두가 정말 많다. 이렇게까지 준비해두는 이유가 있는가
매장을 찾아주시는 고객님들이 다양한 커피 경험을 하셨으면 좋겠다. 누구나 자신만의 커피 취향이 있을 텐데 언제 어느 누가 오더라도 취향에 맞는 커피를 고를 수 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커피를 아직 ‘카페인 충전제’라고만 생각하시는 분들께는 자신이 좋아하는 커피가 무엇인지, 커피도 미식을 즐길 수 있는 음료라는 것을 느끼실 수 있도록 좋은 경험을 만들어 드리려는 목적이 가장 크다.
컨플릭트가 추구하는 커피와도 연관성이 있는가
복합적이고, 달고, 깨끗한 커피를 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원재료, 즉 생두가 좋아야 한다. 아무리 로스팅 챔피언이어도 생두에서 없는 맛을 로스팅으로 만들어 낼 수는 없다. 생두가 가지고 있는 맛의 스펙트럼이 넓어야 한다. 도안에서 다양한 로스터리의 커피를 가져와줘서 그런 생두로 볶은 원두를 선택하기 쉽다.
이번 메뉴판에서 꼭 추천하는 커피가 있나
‘커피 콜렉티브Coffee Collective’의 ‘볼리비아 타케시 게이샤Bolivia Takesi Geisha’는 꼭 먹어보시라. 덴마크 코펜하겐에 있는 로스터리인데, 커피 정말 잘 한다. 콜렉티브의 커피를 여러번 접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콜렉티브의 ‘핑크 봉투’는 실패가 없다. 타케시는 그 수많은 핑크 봉투 중에서도 정점이다. 깨끗하다라는 단어가 커피로 태어난다면 그게 바로 타케시다. 자스민, 복숭아, 실키. 단맛도 당연히 좋다. 워시드 게이샤의 표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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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터 추출 레시피와 그렇게 설계한 이유가 궁금하다
드리퍼는 칼리타 웨이브 185, 브루잉 머신은 마르코 SP9을 사용한다. 조절 가능한 변수는 수온, 추출 시간, 총 추출수인데, 라이트 로스팅 원두를 주로 취급하기 때문에 수온은 94~5도에서 맞춘다. 원두 종류가 많기 때문에 SP9의 추출 세팅은 거의 고정값으로 둔다. 대신 EK43의 분쇄도를 조절한다. 따뜻한 커피는 원두 20g, 추출 시간 2분, 추출수 300g으로 맞춘다. 아이스 커피도 원두와 추출시간은 20g, 2분인데 추출수만 200g으로 줄인다. 이렇게 추출 시간과 추출수 용량을 맞춰두면 SP9이 알아서 시간 내에 설정해둔 추출수를 9번에 나누어 붓는다. 나눠붓는 횟수가 필연적으로 많기 때문에 분쇄도는 타 카페보다 굵은 편이다. 뜨거울 때는 맛의 강도가 약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식었을 때까지도 차(茶)처럼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커피를 추구하기에 이런 레시피를 만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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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플릭트 커피를 집에서도 내려보세요
준비물
EK43(평범한 가정용 그라인더)
칼리타 웨이브 185
분쇄도 평소보다 굵게
뜨거운 커피 EK43 13.5 ~ 13.7
차가운 커피 EK43 10.5 ~ 10.7
물붓기
여러 차례 나눠서 푸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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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
SP9은 9번에 나눠붓는 브루잉 머신 -> 굵은 분쇄를 통해 부정적인 높은 수율 지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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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에 커피 코스가 있다. 소개 한 번 해달라.
네 가지의 커피 코스가 있다. 각각 테마가 다르다.
컨플릭트 코스는 컨플릭트스토어에서 추구하는 커피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코스다. 당일 가장 맛있고 좋은 커피를 선정하여 소개하고 있고, 꼭 필터 커피 뿐만이 아닌 에스프레소, 밀크 베버리지, 시그니처 음료 등 컨플릭트의 모든 것을 선보이려 만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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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터 코스는 각 로스터리들의 미묘한 로스팅 스타일 차이를 느껴보는 코스다. 커피를 한 잔씩 개별로 먹으면 로스팅 차이를 구분하기 힘들다. 하지만 여러 잔을 함께 마시면 그 차이가 느껴져서 재미있다.
프로세싱 코스는 내추럴, 워시드, 무산소의 큰 세 갈래의 공법에 따라 만들어지는 커피 뉘앙스의 차이를 느끼며 어떤 커피를 선호하는 지 찾아가는 코스다. 같은 농장의 같은 나무에서 수확한 커피체리도 어떤 프로세스로 가공하느냐에 따라 그 맛이 천차만별이다.
마지막은 게이샤 코스다. 과거에는 게이샤 커피를 접하는 것조차 어려웠다. 지금은 어느 산지에서도 게이샤를 키운다. 각기 다른 산지에서 자라난 다양한 게이샤를 경험해볼 수 있도록 설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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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커피 코스를 만들게 된 건가
컨플릭트스토어가 신사에만 있을 때 대표님이 시작했다. 평소 비싸고 좋은 원두를 다양하게 접했던 대표님이 단골 고객님들을 상대로 드렸었다. 지금처럼 오마카세 붐이 일어나기 한참 전의 이야기다. 그 당시에 고객께 제공하며 얻었던 경험을 발판 삼아 정형화하여 만든 것이 지금의 커피 코스다.
코스를 진행하며 가장 중점 두는 건
첫째도 접객, 둘째도 접객, 셋째도 접객이다. 최고의 커피를 제공하더라도 응대에서 불편했다면 코스로서는 빵점이다. 맛은 미뢰로만 느끼는 게 아니다. 색다른 경험과 맛있는 커피라고 느끼게 해주는 건 심리적 만족도다. 고객이 대접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야 코스의 완성이다.
기억에 남는 손님도 있나
오픈 초기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오시는 할아버님이 있다. 처음엔 매장이 자아내는 분위기 때문에 오셨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필터 커피를 한 번 드셨는데, 그 이후로 말 그대로 매일 오신다. 처음에는 스페셜티 커피 경험이 많지 않으셨는데 매번 오시며 저희가 설명하는 내용에 더해 계속 질문도 하시더니 이제는 매장 직원들보다 맛을 더 깐깐하게 보시고 작은 변화에도 예민하게 반응하신다. 와인도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면 유명 소믈리에보다 집에서 좋은 것만 찾아 드시는 일반 소비자분들이 더 잘 맞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이야기 듣고서는 반신반의했는데 할아버님 보면 정말 사실인 것 같다. 할아버님뿐만이 아니라 다른 고객님들도 저희 매장에서 필터 커피 한 잔 마시면 그 이후로 잠실 들릴 때마다 찾아주신다. 뿌듯하다.
향후 컨플릭트 어떻게 커갈 것 같나
지금은 매장이 신사 본점과 잠실점 두 곳이지만 매장 확장 계획은 항상 있다. 최고의 커피를 맛볼 수 있는 하이엔드 매장이면서도 대중들에게도 거부감 없는 매장으로 커나가고 싶다. 스페셜티 커피를 정말 좋아하는 고객님들에게는 오마카세로 최상의 접객과 커피 퀄리티를, 다양한 커피를 접해보고자 하는 고객님들에게는 시그니처 메뉴로 만족을 줄 수 있는 브랜드가 되어가려고 노력 중이다.
고객님들께 한마디 부탁합니다.
매장을 찾아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린다. 많은 카페들 중 저희 매장 찾아주신 만큼 좋은 경험만을 드리고 싶다. 컨플릭트스토어를 통해 스페셜티 커피에 조금이라도 가까워지셨으면 좋겠고,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 다양한 분들께 입체적인 경험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아직 보여줄 게 한참 더 많이 남았다. 컨플릭트 스토어를 눈여겨봐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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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을 양분 삼아
오랜만에 다녀온 컨플릭트는 그대로였습니다. 새로운 베버리지 메뉴와 싱글 라인업이 있었고, 호퍼에 추출 세팅을 써 두는 용지의 색이 달라졌고, 매장 뒤편에 상부장을 추가로 8개를 달아 수납공간을 확보했지만 제 눈엔 모든 것이 여전했습니다. 같이 일하던 동료들이 그 자리에서 환대를 해주었기 때문이겠지요.
인간관계는 무엇보다도 마무리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이 날도 체감했습니다. 매장 사진 촬영해도 되겠냐 물어보니 선뜻 바 안을 내주었습니다. 추출 세팅 맞춰보자는 미명 아래 한 잔씩 따라주던 커피는 분명 비싼 녀석이었습니다. 내려준 커피를 마시며 전 동료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예전 생각도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오픈 출근해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 마음에 드는 세팅으로 맞춰 마감 출근자에게 자신있게 권하던 한 잔, 벚꽃철에 밀려드는 손님 덕에 정신 없이 커피를 쳐낸 후 찾아왔던 잠깐의 여유들. 그들과 함께 했던 희노애락의 순간들이 문득 그립습니다. 그때의 기억을 가지고 지금을 살아가는 거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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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플릭트스토어 잠실점
영업시간
- 평일 08:30 ~ 22:00
- 주말 08:30 ~ 22:00
주소 서울 송파구 잠실로 209 케이티송파빌딩 101호 컨플릭트스토어
전화번호 02-424-5115
인스타그램 @conflictst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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