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가도 안 질려
처음으로 커피 관련 행사를 갔던 것은 2015년입니다. 당시 말년 병장으로 마지막 휴가를 나와 있었어요. 지금도 그렇지만 쓴 커피는 잘 못 마시는데요, 입대 직전 어머니가 내려주신 드립 커피를 마셨는데 엄청 맛있었어요. 에티오피아 예가체프였나, 파푸아뉴기니 마라카와 블루마운틴인가로 기억해요. 그때부터 커피에 빠졌어요. 상큼한 산미가 좋았거든요. 하지만 부대 내에서는 내려 마실 수가 없어서 할 수 없이 커피를 끊었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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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휴가를 나왔을 때는 커피고 뭐고 노느라 바빴는데, 전역이 다가오니까 사회의 공기를 맡아도 딱히 할 게 없더라고요. 집에서 빈둥대다 우연히 커피 엑스포라는 행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당시 모 차茶 회사에 계신 지인분께서 표를 한 장 주셔서 다녀오게 된 게 계기입니다. 이러나저러나 주변에 많은 도움을 받으며 살고 있습니다. 그 작은 계기로 올해 2023 서울커피엑스포까지 매년 참가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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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 근 일 지
참새가 방앗간은 못 지나치지
소속 카페 도안
직책 에디터
행선지 코엑스 커피 엑스포
이동수단 수인분당선, 도보
날짜 2023년 4월 5일 수요일
수행업무 커피 엑스포 관람
업무결과 맛집 찾아내기 성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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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ffee Expo vs Cafe Show
커피엑스포와 카페쇼를 헷갈려하시는 분들 많죠. 둘 다 커피 관련 행사이며, 항상 코엑스에서 열리니 그럴 만도 합니다. 제가 본 둘의 차이는 그 대상과 규모입니다. 카페쇼는 사업자나 일반 관람객 둘 다 대상이라 커피를 가볍게 즐기는 일반 관람객들도 즐길 거리가 많죠. 항상 1층의 전시홀 A, B와 2층의 전시홀 C, D에 열렸었는데 이제는 그것도 모자른지 작년부터는 3층 컨퍼런스 홀까지 사용하고 있습니다. 커피 엑스포는 좀 다릅니다. 주로 사업자 대상이기에 전시도 압축적입니다. 1층 전시홀 A, B에서만 이루어지는데요, 제 기억이 맞다면 보통 A홀은 다양한 원부자재, B홀은 각종 에스프레소 머신 및 로스터기와 스페셜티 커피 업체들이 있습니다.
Roasters Club
예년과 달라진 건 바로 로스터스 클럽입니다. 예전에는 카페가 모여있는 구역을 따로 빼지 않고 전시홀 이곳저곳에 업체들이 퍼져 있었습니다. 덕분에 돌아다니는 재미는 있지만 관람하기 불편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카페쇼에서 만들어낸 커피 엘리의 성공에서 느낀 바가 분명 있었나 봅니다. 커피엑스포에서도 로스터스 클럽이라는 이름으로 한자리에 전국에서 난다 긴다 하는 카페를 모아뒀습니다. 어떤 포인트에서 관람객들이 흥미를 느끼는지 점점 윤곽이 잡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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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카페쇼와 커피엑스포를 즐기고 오지만 관람객 사이에선 항상 말이 나오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코엑스의 수질입니다. 전시홀 물 컨디션이 참여 업체 지역의 물 컨디션과 다르니 커피 맛이 다르게 나온답니다. 같은 필터를 쓴다 하더라도 원수의 수질에 따라 필터링 된 결과물이 다른 게 바로 물입니다. 그 결과물이 맛있는 커피로 이어지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그렇지는 않나 봅니다. 결국 참여 업체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생수를 따로 구매해서 사용하기도 하지요. 하지만 생수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언제까지 ‘코엑스 물이 별로다’라는 말에서 끝나야 할까요? 이번엔 어떨까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로스터스 클럽 쪽으로 발걸음을 향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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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다 도착을 했는데 눈에 띄는 곳이 하나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필터로 유명한 브리타 프로페셔널의 부스입니다. 브리타 프로페셔널은 B2C 사업은 전개하지 않기에 카페쇼에서는 보기 어려웠는데요, 커피엑스포는 B2B의 성격이 강해서 그런지 운이 좋게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브리타 부스에서는 ‘브마카세’라는 이름으로 물과 커피 비교 시음을 하는 콘텐츠를 진행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이번 엑스포에서 제일 재밌는 경험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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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마카세는 단순 커피만 시음하는 것이 아닌, 각기 다른 필터를 거친 물을 마셔보고 그 물로 내린 커피도 각각 마셔보는 코스였습니다. 미네랄이나 이온 함량이 달라지면 커피뿐만 아니라 물 그 자체의 맛부터 달라진다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필터를 거쳐 특정 미네랄이 섞이면 커피가 이렇게 달라질 거야’라고 머릿속으로는 이해해도 직접 마셔보지 않으면 아무래도 어떤 맛인지 상상하기 어렵잖아요? 이렇게 한자리에서 각기 다른 필터를 거친 물과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습니다. 다른 물을 사용해 비교 시음을 해야 그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죠. 제 코스를 서빙해 주신 브리타의 김민제 대리님께 간단한 질문도 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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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인터뷰>
with 브리타 프로페셔널 김민제 대리
코엑스의 물이 악명(?) 높다고 들었습니다. 실제로 어떤가요?
서울 평균 PPM이 90-100인데요, 코엑스는 100-110이에요. TDS도 평균보다 높아요.
브리타에선 이를 어떻게 해결했나요?
이번 로스터스 클럽에서 사용하는 물의 취수구에는 지금 시음하시고 계신 네 가지 필터 중 리미네랄 필터를 제외한 활성탄, 수소 이온, 나트륨 이온 세 가지 필터를 장착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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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의 역할이 다른데, 간략히 말하자면 활성탄 필터는 주로 불순물을 제거하는 용도, 수소 이온 필터는 밝고 화사한 커피를, 나트륨은 바디와 단맛이 좋은 커피로 만들어줘요.
각 로스터리들마다 커피를 표현해 줄 수 있는 적정한 물이 있기 때문에 세 가지 필터를 거친 물을 각각 골라서 사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비록 이번에 사용하진 않았지만 리미네랄 필터에 대해서는 잘 아실 것 같아요. 리미네랄 필터를 가장 잘 활용하는 파트너사가 도안이라서요(웃음). 그래도 설명을 드리자면 리미네랄 필터는 수소 이온 필터를 거치며 사라진 미네랄들을 다시 보충하는 용도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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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 문답을 주고받으며 코스를 끝까지 즐겼습니다. 어렴풋하게 가늠만 하던 필터 차이를 제대로 체감했던 시간이었습니다. 물도 커피도 참 맛있었고요. 이제는 본격 코스겠죠. 로스터스 클럽으로 입장합니다. 매장에서 업무를 보고 갔던 터라 다소 늦은 시간이어서 그런지 마감 분위기였습니다. 후다닥 눈에 보이는 대로 커피를 마시기로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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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터스 클럽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스는 듁스를 전개하는 페블 컴퍼니였습니다. 듁스는 지난 2019년 카페쇼 이후 참여하지 않다가 4년 만에 커피엑스포에 등장한 겁니다. 역시 오길 잘했습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아닐 수도 있습니다) 한국에 외국 커피를 본격적으로 소개한, 원조 사대주의 업체입니다. 그 덕에 외국 커피 수입에 대한 지평이 열렸다고 생각해 개인적으로는 감사하고 있습니다. 물론 맛도 좋습니다. 저는 라임 노트가 적혀있는 커피를 좋아하는데요, 몇 년 전 듁스에서 볶았던 '에티오피아 수케 쿠토 허니'가 아주 선명하게 라임 뉘앙스를 풍겼던 기억이 납니다. 좋은 경험을 했던 적이 많아 설레는 마음으로 시음했습니다. 엘 살바도로 내추럴 게이샤를 마셨었는데요, 부담스러운 발효취 없는, 마치 워시드 게이샤를 마시는 듯한 훌륭한 커피였습니다. 다른 도안 멤버들도 금요일에 엑스포를 방문했는데요, 많은 부스들 중에서도 듁스의 커피를 높게 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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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도 좋게 페블 컴퍼니 대표님도 현장에 계셨습니다. 궁금한 것도 있고 개인적인 팬심(?)에 이것저것 여쭤봤습니다. 기억에 남는 건 매장 오픈 소식인데요, 쇼룸이 사라져서 아쉽다고 하자 서울 동쪽에 준비를 하고 있다고 귀띔해 주셨습니다. 아, 어찌나 반갑던지요. 새로 생기는 매장도 좋지만 무대 뒤로 사라졌던 매장이 다시 등장하는 건 감회가 또 새롭습니다.
기대에 부푼 채 다른 부스들도 들렸습니다. 지면의 한계로 전부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필터 이야기를 듣고 마셔서 그런지 이번 엑스포에서 마신 커피들은 전부 좋은 기억뿐입니다.
처음 갔던 2015 커피엑스포도 떠올려봅니다. 당시 군인이어서 그랬던 건지 코엑스가 오랜만이어서 그랬던 건지 말 그대로 눈 돌아가는 줄 알았어요. 그때는 지금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죠. 가공보단 품종에 집중했던 것으로 기억해요. 스페셜티를 취급하는 부스라면 다들 '우리 커피 마셔봐'라며 파나마에서 기른 게이샤들을 시음시켜 줬었습니다. 행복했습니다.
뭐든지 첫 경험은 잊을 수 없잖아요. 제겐 커피 엑스포도 그렇습니다. 많은 이들이 엑스포더러 카페쇼보다 규모도 작고 볼 것 없다고들 하잖아요. 굳이 말씨름하기 귀찮으니 '어 맞아. 작지!'하고 넘깁니다만 내심 반박하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합니다. 카페쇼와 많이 비교하시지만 커피엑스포도 커피엑스포만의 매력이 분명 있습니다. 이번 '브마카세'만 해도 그렇죠. 흔한 경험이 아닙니다. 4년 만의 '페블 컴퍼니' 등장은 또 어떻고요. 카페쇼와는 다른 볼거리로 가득합니다. 커피를 좋아하신다면 분명 후회 없으실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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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커피가 좋아도 밥은 먹어야죠.
이번엔 조금만 마시리라 결심해도 시음하다 보면 어느새 카페인 하이가 오기 마련입니다. 해장해야겠죠. 뜨끈하고 든든한 코엑스 전통의 강호 하O관이 있지만 매년 가다 보면 새로운 음식도 먹고 싶어집니다. 적어도 저는 그런 사람이기에 주변 맛집도 탐방했고, 찾아냈습니다. 매번 주위 지인들에게만 설파했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여러분께도 공개합니다. 워낙 유명한 곳들이라 다들 아시겠지만 혹시나 모르는 분들을 위해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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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야 게레로 Villa Guererro
비록 멕시코에 가본 적은 없지만 감히 멕시코에 가장 근접한 타코라 말씀드립니다. 눅진한 돼지 맛과 양파, 고수 그리고 소스 위에 라임즙 뿌려먹으면 그 풍미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고수나 내장 못 먹는 지인들 데려가서도 실패한 적이 없습니다. 오직 물개박수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비야 게레로에 들리는 것이 카페쇼/커피엑스포 참관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토요일에는 요일 한정 메뉴도 있으니 놓치지 마세요!
추천메뉴 : 까르니따 & 초리소
주소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78길 12 1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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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평 Gwangpyung
육지에서는 이런 음식 찾기 쉽지 않죠. 골동면의 골동은 여러 가지 재료가 섞인 것을 뜻합니다. 맛은 들기름 막국수의 상위 호환입니다. 나물, 야채, 김, 통 들깨의 조화가 굉장합니다. 다 먹어갈 때쯤 다시마식초를 두르면 또 다른 감칠맛과 산미가 피어오릅니다. 돔베고기는 특출나다기보단 훌륭한 조연입니다. 26,000원이 싼 가격은 아니지만 삼성동에서 보기 드문 메뉴, 고급스러운 분위기, 서비스, 맛 다 갖춘 걸 보면 충분히 방문할 만한 업장입니다.
추천메뉴 : 골동면 & 돔베고기
주소 서울특별시 강남구 영동대로106길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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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카페인이 부족하시다면.
카페인 내성이 유독 강한 분들이 있습니다. 아무리 시음을 많이 해도 모자라신다면 근처 카페를 가보셔도 좋겠습니다. 도보 접근 가능한 매장 두 곳을 꼽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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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헤이 커피 Kihei Coffee
스페인 노마드 출신 로스터가 차린 Three Marks Coffee를 공식 수입하는 매장입니다. 깔끔 따뜻한 공간, 친절한 응대, 맛있는 커피. 이 세 개 정도면 훌륭한 카페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비야게레로 바로 앞에 있어 묶어서 가기에도 좋습니다.
주소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78길 12 1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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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치 커피 T.o.ch Coffee
생두사였던 토치에서 만든 스페셜티 카페입니다. 그래서인지 브루잉 커피 가격도 합리적이고요. 바 자리는 따뜻한 목재 느낌이, 단체 테이블은 모던하고 깔끔한데 콘센트도 있어서 개인 작업하기에 좋습니다. 바로 앞에 있는 선정릉 산책하시는 것도 추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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