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으로? 오히려 좋아
외근일지가 어느새 5번째 편입니다. 덕분에 가야지 가야지 하다가 멀고 귀찮아서 안 갔던 매장들 하나씩 도장깨기 중입니다. 로드브로크도 그중 하나입니다. 일산 밤가시마을에 있는 매장인데요, 대중교통 타고 가면 두시간 좀 넘게 걸립니다. 쉬는 날 간다고 했다면 엄두도 못 냈을 텐데, 일이라고 생각하니 오히려 의지가 생기는 거 있죠. 역시 돈이 최곱니다.
이동시간이 편도 2시간이 넘을 걸 알기에 전날 일부러 잠을 덜 잤습니다. 광역버스를 타고 눈 한번 깜빡이니 신사역에 도착했고요, 신사역에서 또 다른 광역버스로 환승해 올림픽대로 탔습니다. 마포대교는 무너졌는지 체크했어야 하는데 또 눈 감았다 뜨니 밤가시마을 도착했더라고요. 조금만 늦었으면 종점 갈뻔 했습니다. 내려서 조금 걸어 로드브로크 앞에 도착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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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 근 일 지
소속 카페 도안
직책 에디터
행선지 일산 밤리단길 로드브로크
이동수단 광역버스 2회 환승
날짜 비 오는 듯 안 오는 듯 숨이 턱 막히던 2023년 7월 18일
수행업무 커피 외길 사장님의 진심 살펴보기
업무결과 오레아 결제창 직전까지 갔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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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인터뷰 건 때문에 매장을 여셨습니다. 인터뷰를 준비하는 중에 동네 주민 분들께서 계속 들락날락하시며 '오늘 영업하는 거냐'라고 물어보십니다. 동네에서 사랑방쯤 되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듭니다. |
오늘은 가지고 있는 커피가 게샤 빌리지밖에 없다시면서 한 잔 내려주셨습니다. 다 내리시고 나서는 연신 아쉽다며 다시 내리셨지만, 충분히 맛있는 한 잔이었습니다. 삥타이거 유튜브에서 본 대로 설명도 청산유수셨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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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추 준비가 되어 인터뷰를 시작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몰랐습니다. 만나본 모든 사장님들이 커피를 좋아하시지만, 유독 로드브로크는 커피 사랑이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OO에 진심'이라는 워딩을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데요, 로드브로크에 '커피에 진심'이라는 말을 빼면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만 같았습니다. 로드브로크의 진심을 나눠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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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로드브로크를 운영하고 있는 이상준입니다.
삥타이거 출연하신 영상 보니 경력이 오래되셨더라고요
파트 타이머 빼면 9년 정도 한 것 같은데, 세보진 않아서 잘 모르겠어요. 커피빈에서 파트 타이머를 하다가, 스타벅스에서 근무했어요. 스타벅스 내에 커피 메이스터라는 게 있긴 한데 커피 전문가라는 개념은 없었어요. 바리스타는 그냥 바에서 일을 하는 사람인 줄로만 알았죠. 그런데 산지가 있고 도구도 다르다는 것도 알았어요. 스타벅스 퇴사하고 전공인 화학공학 쪽으로 갈지, 커피 전문가로 갈지 고민하다가 커피 학원 강사가 되었어요. 거기서 스페셜티를 처음 접했죠.
제가 장인 정신과 과학적인 걸 좋아하는데, 스페셜티 커피가 딱 그랬어요. 당시엔 커피 하면서 결핍이 있었어요. 내가 잘 하는 걸 테크니컬하게 증명할 수가 없었거든요. 일을 잘한다에 매료됐다가, 누가 어떻게 내렸냐에 따라 커피가 다르다는 걸 느끼면서 장비를 엄청 사고 공부했죠. 당시에 책도 책인데 블랙워터이슈 서리님 자료를 많이 봤어요.
2년쯤 파고들다 보니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우물 안 개구리인지 확인하고 싶어서 매주 서울에 나가서 3~4번씩 커핑했어요. 카페는 최소 3곳씩 들렸고, 원두 구매한다고 주에 2~10만 원은 썼던 거 같아요. 세미나라고 하면 무조건 갔죠. 그때 인맥들이 많이 생긴 거 같아요.
오래 하다 보면 ‘내 거 해야지’라는 열망이 사그라드는 경우도 많이 봤어요
바리스타는 진로가 한정적이잖아요. 창업하지 않으면 다른 직업으로 바꿔야 해요. 창업이 많은 이유가 내 커피를 하고 싶은 것도 있지만, 스페셜티 카페가 양질의 일자리가 없어요. 나이를 먹어가며 가정을 꾸리기엔 충분하지 않은 임금이잖아요. 일반 회사처럼 직급이 올라가며 원하는 급여를 받을 수 있는 매장은 거의 없어요. 그 좁은 문턱을 뚫고 들어가느냐, 직업을 변경하냐, 창업을 하느냐 세 가지 옵션이 있는데 다 생각했었어요. 아니면 부업이나 강사 등을 해야 해요. 하다 보니 창업의 길이 가장 가까웠어요. 쉽진 않지만 한편으로는 잘 맞기도 해요.
매장을 해 보니까 어떠세요? 생각처럼 흘러가나요?
적성에 맞아요. 사업이 생각한 것에 대해 달라지긴 했지만 잘 적응했어요. 이제는 어떻게 해야 사업을 성공하는지 알 것 같아요. 창업 전과 후의 저는 인간 개조가 빠르게 일어났어요. 바리스타로서는 세상 물정을 잘 몰랐어요. 순진했죠. 커피 공부만 하고 바리스타 일만 했어요. 나에게 호의적인 사람들에 둘러싸여 지낸 거죠. 손님들이라고 해봤자 응대하는 그 잠깐의 순간이잖아요. 카페에는 사내정치도 없고 사람들도 순박했어요. 창업을 하고 나서 내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성공하는지 어렴풋이 느껴요. 지금은 남의 매장이라는 저를 보호해 줄 방패가 없죠. 장사가 잘 되냐, 안 되냐. 성장하냐, 정체하냐. 모든 게 전적으로 제 책임이에요. 어떻게 해야 성장할 것인가에 대해 항상 주목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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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브로크는 제가 보던 미드 주인공 이름인데 의미가 뭘까요?
라그나 로드브로크. 맞아요. 큰 의미는 없어요. 이름이라는 건 사실 사람이 빛나기 때문에 이름이 빛나는 거예요. 그래서 생뚱맞은 이름을 정했어요. 매장 분위기와 너무 뜨지만 않으면 됐어요. 커피라는 카테고리에서 벗어나고 싶었어요. 커피가 매장 이름에 붙으면 직관적이긴 한데, 동네 장사에서 끝나고 싶진 않았어요.
일산 토박이여서 일산에 매장을 차리신 건가요?
우선 출퇴근이 먼 걸 좋아하지 않아요. 일산 토박이이기 때문에 인맥이 어느 정도 있는 것도 있고요. 게다가 다른 분들께는 좀 죄송한데 일산 하면 내세울 스페셜티 카페가 제 기준엔 없었어요. 저는 지역 사회와 같이 가는 걸 좋아해요. 또, 지역 발전에 기여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카페로 행복감을 전달할 수 있잖아요. 제가 아니어도 되지만 저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제 꿈이 큰데 일산이라서 안 되는 거면 제 그릇이 거기까지라고 느꼈어요. 모범생이 있으면 주변도 커요. 열심히 해야죠.
매장의 콘셉트를 한 문장으로 정의한다면요
가치 있는 한 잔. 여러 의미가 있는데, 커피의 품질, 서비스, 지식적 교류, 문화 공간을 고객에게 얼마나 만족감 있게 전달할 수 있느냐를 고민해야 해요. 커피 한 잔의 퀄리티는 당연한 거고, 그 외부적인 것이 더 중요해요. 저도 아직 ‘가치 있는 한 잔’을 완벽하게 철학관으로 만들지 못했어요. 더 쌓아가는 과정 중에 있어요. 무엇이 사람들에게 더 가치있는 한 잔인가. 내가 좋은 기준을 가지면 그 사람들에겐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냐. 이런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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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고르실 때 어떤 걸 가장 중점으로 보시나요
처음에는 인지도를 봤어요. 제가 인지도가 없잖아요. 그렇지만 인지도만 있고 맛이 없으면 폐기 처리해요. 예전에는 전문가들의 관점에서 좋은 커피가 맛있다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아니에요. 누가 마셔도 직관적으로 맛있어야 해요. 커피의 균일감, 클린컵은 당연하죠. 커피에 대한 밸런스. 향미 표현, 단맛, 산미의 조화가 잘 이루어져야 해요. 요즘은 맛에 대한 구조라고 표현을 하는데 해외 커피나 약배전이 그런 구조가 좋아요. 꽉 차있어요. 그중에서도 팀 웬들보가 참 좋았어요. 많은 해외 로스터리 중에서도 웬들보는 포텐셜이 터지면 정말 유니크해요. 섬세한 조율이 참 좋더라고요. 그런 직관적 맛있음은 전문가와 일반인을 가르지 않아요. 그것을 위해 계속 찾아보고 내려보는 작업을 하죠. |
업장이다 보면 아무래도 로스 신경을 안 쓸 수가 없잖아요. 오랫동안 많은 커피를 다루신 만큼 ‘첫트’ 잡는 것도 요령이 있으실 것 같아요
옛날엔 타협을 안 했어요. 엄청 버렸죠. 향미 죽으면 버리고, 맛없으면 버리고. 그러다 보니 사용하는 브랜드들이 기재하는 노트의 경향성을 알겠더라고요. 그걸 파악하다 보니 로스가 점점 줄죠. 두 번째는 판매 가능한 기준을 세우는 거예요. 예전에는 애매하면 다 버렸어요. 지금은 내가 이런 느낌을 설명했을 때 납득시킬 수 있다면 판매해요. 대신 처음 쓰는 로스터리는 조금 까다롭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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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시피와 추출 팁도 한번 알려주세요
균일하게 추출할 수 있도록 노력해요. 드리퍼와 필터의 재질, 분쇄도에 따라 유속이 결정되니 컨트롤할 수 있는 건 물을 얼마나 나눠붓나에요. 매 푸어마다 얼마나 꼼꼼하게 커피를 녹였는지가 중요해요. 추출 초반에 가볍게 빠지면 뒤에서 아무리 잘 뽑아내도 나올 수 있는 커피 성분은 한계가 있어요. 균일하게 물을 조절하고 목표지점까지 끌어갈 수 있냐에 중점을 두고 추출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앞쪽에 힘을 많이 줘요. 추출 후반은 필연적으로 물이 많아요. 커피 성분을 끌어낼 수 있는 능력이 떨어져요. 그에 비해 앞쪽은 추출자의 의도대로 커피 성분을 뽑아낼 수 있는 조작도가 좋아요. 후반부는 물과 만나는 시간을 주로 조절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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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이 담긴 한 잔
준비물
멜로드립, 오레아
추출 비율 Hot 1:16 / Ice 1:11
원두 사용량 18g
추출시간
Ice 1:40 - 2:20초 (원두별 범위 시간)
Hot 2:00 - 2:45초(원두별 범위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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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붓기
아이스 커피
1차 멜로 드립으로 30 -40g(20 - 30초)
2차 써클 푸어링 60 -80g (45초)
3차 써클 100 -120g (1분 - 1분 4 or 6초)
4차 써클 160g (1분 14 - 18초)
5차 센터 198g (1분 22 - 1분 30초)
뜨거운 커피
1차 멜로 드립으로 30 -40g(20 - 30초)
2차 써클 푸어링 60 -80g (45초)
3차 써클 120g (1분)
4차 써클 180g (1분 10초 +,-)
5차 센터 288g (1분30 - 40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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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
멜로드립
가장 적은 물을 사용해 커피 베드에 자극 없이 골고루 적신다. 가스를 잘 빼줘야 추출도 잘 되는데, 그 과정에서 최대한 물을 효율적으로 쓰고자 선택했다. 이후는 푸어링을 통해 베드를 흔들어준다.
오레아
필터 표면적이 넓은 걸 선호한다. 미분 흡착에 유리하고 유속도 빠르다. 그 중 오레아는 웨이브 계열 드리퍼 중에서 폭이 제일 좁아서 상-하단이 에스프레소 커피 퍽처럼 조밀하게 모여 있다. 장점이자 단점일 수 있지만 커피 베드가 필터의 역할도 한다. 커피 베드를 잘 활용하면 떫은맛을 배제하면서도 클린컵을 살리며 높은 수율을 가져갈 수 있다.
에티오피아 워시드 / 게이샤
미분 함량도 높고 단단하다 보니 유속 컨트롤을 잘 못하면 추출 후반부에 막혀서 지연이 잘 된다. 추출 지연이 생기면 어떻게든 보상해 줘야 한다. 온도든 무엇이든 조작을 해 줘서 보정값을 넣어줘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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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홈바리스타 분들이 이른바 ‘바이럴’ 당해서 다양한 원두를 구비하고 계세요. 추천하는 보관 방법이 있나요
예전에는 와인셀러도 쓰고, 진공포장도 해 봤어요. 효율은 떨어지는데 인상적인 향미가 유지되는 기간은 그리 늘어나지 않았어요. 그래서 향미가 발현되는 시점부터 QC를 하면서 4~7일 이내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코니컬 튜브 쓰면서 관리 중이었는데, 라인업이 늘어난 뒤로는 냉동 보관을 활용하고 있어요. 생각보다 향미 퀄리티가 유지가 잘 돼요. 그래서 라인업을 더 늘릴 수 있게 됐어요.
그런데 요새 향미가 확 꺼지는 것들이 종종 있어요. 현재 유추 중인 건 밀도감이 떨어지는 커피입니다. 최근에 구매했던 커피 콜렉티브 케냐 커피는 잘 유지되는데 볼리비아 발효 워시드는 컨디션이 급격히 떨어졌어요. 보관의 문제인지, 노트의 문제인지, 코니컬 튜브 빈 공간에 수분이 많이 들어간 건지, 캡이 불량인 건지, 상온에 있다 냉동으로 들어가며 생기는 결로 문제였는지, 냉각이 지연되는 건지. 다각도로 체크하고 있습니다. 딱 꺼냈을 때 향이 이상하면 난감하거든요. 그럴 때는 다른 커피를 드리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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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브로크의 시그니처 메뉴는 뭘까요
커피에요. 삥타이거 나오고 나서 커피에 더 집중하고 있어요. 그때는 논커피 메뉴 다시 넣는다고 했는데 또 사라지고 있습니다. 브루잉 커피 쳐내는 것도 힘들어요. 라인업이 많아지고 노하우도 생겨서 관리를 하긴 하지만 계속 중간에 체크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 커피를 제대로 일관되게 만들 수 있나. 도전정신으로 시간을 많이 써요. 그래서인지 손님들이 또 많이 찾으세요.
도안에게 감사한 게 제가 가장 어려운 게 커피를 구하는 거예요. 손님들이 언제 오셔도 맛있을 커피가 준비되어 있어야 해요. 그런데 커피는 제철 과일이고 상미도 있으니 어쩔 수 없이 라인업을 많이 준비해둬야 하거든요. 그런데 그 모든 커피를 항상 맛있게 하려다 보니 시간을 많이 잡아먹어요. 크림 커피 같은 거 하면 매출은 분명 오르겠지만 혼자서는 힘들죠. 우리나라 자영업이 만만치 않아요. 그걸 대신할 강력한 나만의 무기를 커피로 삼았어요. 말이 안 된다고 할 수 있지만, 많은 사장님들이 타협하지만 저는 해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래서 직관적으로 맛있는 커피를 찾는 거예요. 해석의 여지는 필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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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가치 있는 한 잔이 콘셉트라고 하셨는데, 커피 한 잔에 어떤 가치를 담고자 하시나요
심플하게 하면 최선을 다한 커피 한 잔을 고객에게 잘 전달하고, 그 고객이 이 커피와 공간을 통해 행복하다면 지금 현재는 가치 있는 한 잔이라 생각해요. 제가 잘 내려도 고객이 행복하지 않다면 실패한 거죠. 철학적 관점에서는 아직 성장하는 과정이라 완벽히 정리된 개념은 아니에요. 손님들이 어떤 걸 더 가치있게 느끼냐라는 것에 대해 제 주관을 가진 상태에서 손님들에게 관철시킵니다.
진정성이라는 건 추상적이라 이야기하기 어렵지만, 우선 제가 정말 집중하고 완성도 높은 커피 한 잔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요. 하지만 그 한 잔이 정말 질적으로 다른지 아닌지는 손님께서 검증해 주시는 거예요. 그 지점에 닿게 해주는 게 가치의 목표예요. 두 번째는 외부적, 문화적 공간에서 전달 문화라는 것에 대해 공감을 많이 하고 있어요. 이걸 손님들한테 어떻게 전달하느냐. 맛있게 만드는 건 중요하지만 어떤 서비스를 받는지, 한 잔이 전달되었을 때의 톤 앤 매너들. 여기서 한 잔 마시는 게 행복하다는 감정이 생겨야 해요. 이런 요소를 공부하고 정립하기 위해 고민 중에 있어요.
로드브로크에서는 잘 이루어나가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손님들께서 좋아해 주시는 비율이 높다고 생각은 해요. 제 매장 같은 경우는 사실 일반적으로 저의 진정성을 느끼기 어렵다고 하면 올 수 없는 매장이잖아요. 주차 어렵죠, 공간 좁죠, 커피 나오는 건 오래 걸리죠. 손님 좀 몰리면 30분 이상 기다려야 해요. 제가 가치를 잘 전달하지 못했다면 진작 망했을 거예요. 물론 늦는 건 개선해야겠지만 찾아주시는 걸 보면 좋은 가치를 전달하고 있구나를 느껴요. ‘여기 커피에 진심이래’ ’‘일산에서 제일 맛있는 집이래’ 이런 이야기를 하시면서 들어오시는 일반인 분들도 많이 늘었어요.
그런 말씀 들으시면 부담 안 되세요
부담은 안 돼요. 손님들과의 공방전이라고 생각해요. 오늘 와서 맛있다고 해서 다음에도 맛있을 거라는 보장은 없죠. 오늘은 방어에 성공했다, 다음에도 방어를 성공하기 위해 최선의 준비를 해요. 그러다 보면 단골이 늘어가죠. 마케팅을 공격적으로 하진 않았고, 이른바 야금야금 전략이에요. 커피 로스나, 육체적으로 힘든 상태에는 개의치 않고 한 분 한 분께 최선을 다하면서 만족감을 드리는 게 목표였어요. 그런 공방전에 노출되다 보니 나아졌던 거 같아요. 삥타이거 나왔을 때도 긴장했지만 할만했어요. 늘 하던 거였거든요. 찾아주시는 손님들께 감사하니 모든 걸 충족시켜드리기 위해 노력해요. 애매한 지점에 타협하는 게 어려워요. 그래도 바쁜 시간이 있고, 이 정도면 애매하지만 먹을만 하다 싶은 커피를 나갈 때도 있죠. 그런 경우에 시간 날 때 또 한잔 드려요. 시간이 충분하면 무조건 애매한 걸 버리고 다시 내려요. 제 노동의 피로감보다는 해야할 건 해야 해요. 한 손님께 서비스가 나가면 매장에 계신 모든 분들께 다 드려요. 모든 경험은 일관되어야 하거든요.
손님들과 대화를 많이 나누시는 것도 그런 맥락일까요
아무래도 손님들과 친근한 매장이다 보니 대화를 많이 해요. 서비스 개념이기도 하고, 제 대화 코드를 좋아하시는 분들도 있고요. 그러다 보니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자연스레 늘고 여러 사람들의 생각과 서로 다른 가치관 속에서 남을 설득하는 법을 많이 배웠죠. 여러 방면으로 복합적으로 영향을 받았어요. 힘든데 재밌어요.
앞으로 꿈꾸는 로드브로크의 모습도 궁금합니다
현 사업구조의 문제점이 있어요. 결국은 제 인건비는 책정하지 않고 수익을 내는 건데 수익구조가 영 별로죠. 비전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현재는 엔지니어 파트를 넣어보고 싶어요. 저 커피 장비 엄청 좋아하는데, 외국처럼 커피 관련 장비 유튜버가 없어요. 엔지니어처럼 빌드 업해서 수리, 장비 납품. 장비 계의 세스코가 되고 싶어요. 제가 뭘 하나 만들어도 타협하지 않고 진정성 있게 다가가는 이미지가 계속 쌓이면 ‘이 사람은 뭘 해도 믿을 수 있다’라는 신뢰가 생기잖아요. 지금도 노력 중이에요. 또 오프라인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도 문제죠. 구독서비스라도 해야 하나 고민 중이긴 한데 현재 매장이 돌아가는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면 제가 지칠 수 있어요. 베이커리를 생산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커피 장비 유통/엔지니어/교육이겠죠. 여러 선택지를 늘려 놓고 상황에 맞는 걸 선택하려고 해요. 파트너, 공동대표를 찾고 있는 상태에요. 로스터도 영입하고 싶어요. 해외 커피를 안 쓸 건 아닌데, 결국 하게 되면 납품도 할 수 있잖아요. 나중에 2호점을 열게 되면 1호점과는 좀 다르게 좀 더 대중적인 분들을 타겟으로 해서 접근성이 좋은 공간으로 만들어보고 싶어요.
찾아주시는, 찾아주실 손님들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제가 정말 꿈꾸고 있는 걸 영위하고 유지할 수 있게 해주시는 분들이기 때문에 은인이죠. 감사하고, 행복함을 줄 수 있는 것을 고민하고 제 가치를 십분 활용해 만족감을 줄 수 있게 부단히 노력하겠습니다. 너무 감사하죠. 덕분에 로드브로크가 있습니다. 어떻게 더 만족감을 줄 수 있을까가 고민이에요. 그게 보답이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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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마치고 돌아가는 버스에서 바 근무를 하던 시절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그때의 고민은 이랬습니다. '커피에 관심 없는 사람한테 내가 길게 설명하는 것이 그들에게 과연 친절일까?' 누군가는 그래도 길게 해주는 것이 좋다고 답했습니다. 또 다른 누군가는 간결하게 포인트만 짚어주는 걸 추천했고요.
그때는 답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왜일까요. 그 손님이 어떤 스타일을 좋아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처음 뵙는 분이니까요.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답이 없는 문제를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내가 길게 설명하기로 했다면, 모두에게 길게 설명하면 됩니다. 요점만 짚어주기로 했다면, 모두에게 요점만 짚어주면 됩니다.
중요한 건 타협하지 않는 게 아닐까요. 제가 본 로드브로크에는 '오늘은 힘드니까 짧게 하자'같은 적당한 타협 같은 건 없었습니다. 한 번 하기로 정했다면 그대로 끝까지 가는 겁니다. 어차피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건 없습니다. 나만의 가치를 가지고 심지 굳게 밀고 나가다 보면, 그게 매장의 색으로 굳혀져 그걸 좋아하는 손님들로 채워질 겁니다. 로드브로크의 커피는 분명 가치 있는 한 잔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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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만 마시면 속 아파요
맛있다고 커피 잔뜩 마시다간 위염 걸리기 일쑤입니다. 스페셜티가 지속가능하려면 결국 소비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잖아요? 밥은 먹고 진행시켜. 영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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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타이
코엑스에 하동관이 있듯, 밤리단길엔 미니타이가 있습니다. 커피엔 국물인 거 아시죠?
주소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산두로145번길 1 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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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타힐
걷기도 힘든 여름. 멀리 가기 힘듭니다. 10보 내로 접근 가능하면서도 맛있다면 이거 최고 아닙니까?
주소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일산로463번길 15-4 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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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브로크
영업시간
- 10:00 ~ 19:00. LO 18:30(화요일 휴무)
주소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일산로463번길 15-4 1층
전화번호 0507-1371-7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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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드백을 남겨주세요!
어느새 5편까지 온 '도디터의 외근일지'. 항상 피드백 주시는 여러분들 덕분에 여기까지 즐겁게 왔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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