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양꼬치 먹으러 가는 곳 아니야?
성수와 건대입구는 지하철 역 하나 차이인데도 분위기가 참 다릅니다. 전자인 성수는 언제 끝날지 가늠조차 할 수 없는 브랜딩 격전지입니다. 수없이 많은 브랜드가 생기고 사라지며 각종 팝업이 열리고, 인스타그램에 성수 가이드까지 생겨날 정도죠. 후자인 건대는 제 예상에 전국에서 가장 칭따오가 많이 팔리는 지역 중 하나로 꼽힐 것 같습니다. 사람이 많다는 건 성수와 비슷하지만 건대는 센서티브한 느낌은 아니죠. 카페의 사정도 마찬가지입니다. 둘 다 '카페를 어디로 가야할까'라는 고민을 하게 되지만, 성수는 카페가 너무 많아서 도저히 정할 수가 없는 반면 건대는 당최 갈 곳이 없어서 울며 겨자먹기로 어딘가 선택하거나 성수로 넘어가게 되죠.
그런 와중 희소식이 들렸습니다. 스페셜티 카페의 개업입니다. 드디어 양꼬치의 느끼함을 싹 내려줄 커피를 마실 곳이 생긴다는 겁니다. 언제까지 제대로 된 커피 한 잔 마시려고 지하철까지 타는 수고를 해야 합니까? 아, 스타벅스 가면 되지 않느냐고요? 물론 저는 스타벅스 잘 갑니다만, 이런 고독한 외근일지까지 찾아 구독해주신 독자 여러분들은 분명 까다로운 취향 덕에 안 가실 거라 예상합니다. 피치 못하게 가신다면 바닐라 크림 콜드브루를 꼭 주문해주세요. 처음부터 완전히 섞지 마시고, 대충 섞인 상태에서 빨대로 밑부분부터 윗부분까지 변화해가는 맛을 즐기며 드시면 좋습니다. 제 최애거든요. 이야기가 삼천포로 잠시 빠졌는데, 앤시넌의 등장은 그래서 반가웠습니다. 안 가볼 이유를 찾을 수 없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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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 근 일 지
소속 카페 도안
직책 에디터
행선지 양꼬치의 중심지 건대입구
이동수단 광역버스와 지하철
날짜 2023년 9월 12일
수행업무 신규 거래처 QC
업무결과 건대에서 커피 걱정 하지 않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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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벽돌 속에서 혼자 돋보이던 앤시넌의 목재 간판처럼, 앤시넌도 에디터인 시선에는 근처 상권에서 홀로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습니다. 학생들이나 근처 직장인들이 한잔 기울이기 좋은 분위기의 업장들 사이에서 피어난 세련됨이랄까요. 아스팔트 틈새를 뚫고 뿌리를 내린 민들레 같았습니다.
건대입구역에서 내리고 나서야 '오늘 영업일이 아닌 건 아니겠지'라는 불안감이 엄습합니다. 저는 완전 요새 말하는 P의 전형이거든요. 네이버나 인스타그램 공지 확인 안 하고 갔다가 매장 문 닫혀 있어서 그날 일정 꼬인 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개인 약속도 그러한데, 외근 나가는 건 그날 하루를 업무상 통째로 사용해야 하는 거라, '안 열어서 다음 번에 또 가겠습니다'같은 말은 곤란하거든요. |
네이버를 보니 다행히 휴무는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3시부터 오픈이라는 겁니다. 어, 원래 11:30에 오픈하는 업장인데 왜 3시인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건대에 도착한 건 오후 2시가 조금 안 됐었는데요, 어디서 시간을 보내야 하나 난감하더라고요. 앞서 말했지만 건대엔 정말 마실 만한 스페셜티 카페가 없거든요. 그래도 혹시 몰라 매장 앞까지 가 보니 다행히 문은 열려 있었습니다.
인사를 나누고 커피를 주문했습니다. 오닉스의 '라스 라하스 에티오피아 내추럴'이었고요, 집에서 아이스 필터로 마셨을 때 라즈베리 람빅 같았던 좋은 기억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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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을 하고 나서 자리에 앉아 천천히 바를 둘러봤습니다. 와, 정말 라인업이 다양하더라고요. 최근 스페셜티 카페의 트렌드는 원두 편집샵인 건지, 아니면 제가 그런 카페만 골라 다니는지는 모르겠지만 신규 개업한 업장들을 보면 대부분 그렇습니다.
장비도 스캔합니다. 할 생각은 없었는데 그냥 자연스레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에스프레소 머신은 키스반더웨스턴의 스피릿과 메저의 로버 S 3대조합, 필터 그라인더는 ZM에 브뤼스타, 오레아. 필터 거치대로는 하리오 V60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원두 봉투와 브루잉 존에 조명을 따로 쏴서 하이라이트 효과를 주는 것에서 앤시넌이 무엇에 힘을 주고 있는가를 조금이나마 엿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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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은 전반적으로 톤 다운된 조명에 나무와 타일을 사용해 아늑함과 따뜻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타일은 여러 패턴을 조합해서 사용한 것이 어쩐지 남는 자재 같았지만 그것 나름 멋을 뽐내고 있습니다. 머신 같이 돈을 들여야 하는 것에는 힘을 주고, 나머지에서는 경제적인 선택을 한 것 같은데 머리를 잘 썼습니다. 길 쪽으로는 창을 내었고 그 앞을 1인석으로 둘렀습니다. 중앙에는 단체 손님을 위한 6인용 테이블이 있습니다. 주문을 받는 카운터와 에스프레소 추출 그리고 브루잉 바에는 바테이블이 여러 개 붙어 있습니다.
재미있던 건 스피커의 배치였습니다. 스피커가 브루잉 바에 있는 손님을 향해 있습니다. 보통은 매장 전체에 퍼지도록 구석 천장 쯤에 두는 것이 일반적인데요, 자칫 잘못하면 소리가 반사될 기물이 없어 공간 안에서 웅웅대기 십상입니다. 음악이 크진 않은 것 같은데 어딘가 모르게 귀가 아팠다면 보통은 저음이 둥둥댔었기 때문입니다. 기물이 많은 바를 향하게 해 소리가 반사될 여지를 확보한 것이 좋았고, 또 바 뒷편에 손님과 마주보게 두지 않아 바리스타와의 소통에 방해될 요소를 줄인듯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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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가 나왔고, 기대대로 맛있었습니다. 매번 혼자 일하시던 사장님들만 뵙다가 동업자 두 분께서 한 프레임에 들어오니 이건 이거대로 색다릅니다. 인터뷰도 두 분께 들으니 더욱 다채로웠고요. 건대스페셜티커피부흥회가 있다면 공동회장을 지내실 것만 같은 앤시넌 대표님들을 만나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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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 한 번 부탁드립니다
이성균(이하 이), 박서율(이하 박) 안녕하세요, 앤시넌 운영중인 이성균, 박서율입니다.
오늘(인터뷰 당일) 왜 3시에 연다고 되어 있었나요
이 매장 아침에 누수가 생겨서 다급하게 왔어요. 옆에 돈까스집 사장님이 있는데 원래 11:30 오픈인데 2시간 반 늦어졌어요. 박 학생들, 회사원들 다 놓쳤죠. 아침에 왔는데 물소리가 나고 있더라고요.
액땜했다고 생각하세요
박 안 그래도 그 이야기 했어요. 제가 사주에 물이 많대요. 좋은 거잖아요?
매장이 멋져요. 정확하게 언제 오픈하신 건가요
이 9월 1일 정식으로 오픈했습니다. 사실 개인 소유의 카페를 오픈한다고 하면 준비 과정부터 운영하면서도 너무 설레고 그럴 거 같잖아요? 오히려 작은 것 하나하나 여러 업체에서 비교하고 견적 내느라 너무너무 힘들었습니다.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데, 확실히 하려다보니 오히려 많이 지치더라구요. 그나마 이제 한 달이 다 되어가는 시점으로는, 준비하며 하나하나 확실하게 했던 것 덕분에 한결 편안해진 마음이 있습니다. 박 여러 감정이 섞여 복잡합니다. 기쁘기도 하지만 사실 몸이 많이 힘들어요. 좀 쉬고 싶어요.
준비는 얼마나 걸렸나요
박 이야기는 몇 년 전부터 했는데, 확실히 구체화를 시작하게 된 건 1년 정도죠. 이 정확히는 3년 정도 계획했고, 본격적으로 돌입하게 된 건 7개월 전부터입니다. 첫 단계는 큰 프랜차이즈에 들어가서 바닥부터 시작하자, 아무리 힘들어도 2년은 버티자였어요. 막상 해 보니 커피가 생각보다 재미있더라고요. 나이 한참 어린 선임한테 혼나면서도 일이 즐거웠거든요. 그러다 스페셜티 커피도 배워보고 싶어, 국내외 스페셜티 커피를 대거 취급하는 카페에 다시 초심자의 마음으로 돌아가서 일했습니다. 스물 아홉에는 창업을 하고, 서른 살에는 결혼을 하자는 큰 계획이 있었거든요. 스물 아홉이 되던 해, 올해죠. 몸 담았던 직장 생활을 정리하고 큰 틀부터 카페의 컨셉, 의미, 키 컬러, 아이덴티티 등 매장의 정의부터 잡아가려고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계획이란게 대개 그렇듯, 생각대로 흘러가는 일이 많지는 않았지만 탄탄한 계획일수록, 오랜 준비일수록 실패 확률을 낮춘다 믿었기 때문에 정말 오랜 시간에 걸쳐 아이디어를 쌓아갔습니다.
우여곡절도 많았을 것 같아요
이 저희 머신을 키스반더웨스턴으로 계약했는데, 국내 물량이 없다는 거예요. 계획보다 늦어질 것 같다는 통보를 받았죠. 매장 오픈해야 하는데 에스프레소 머신이 없으면 안 되잖아요. 어떻게든 받아내야 했는데 결국 23년 5월 제조 스피릿을 얻어냈습니다. 그때의 짜릿함이 아직도 남아있어요. 박 모든 과정을 다 끝마치고 오픈 축하 파티를 했어요. 그때 오신 분들이 축하해주셨던 것과 이후 가오픈 때 와주셨던 분들의 많은 응원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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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동업하면 친구 사이 틀어진다느니, 실패한다느니의 이유로 많은 반대를 하잖아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아요
이 주변에서 많은 걱정과 우려의 시선을 건내줬었죠. 그래도 가족의 반대는 없었어요. 박 저도 친구나 지인들이 많은 반대의 의견을 주셨었어요. 그래도 서로 담당하는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서로 영역을 정해두고 하면 더 큰 발전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에 힘을 얻었었어요. 이 사실 동업하고 있는 우리 박서율 대표와 저희 MBTI가 같거든요. 박 저희 똑같나요? 이 정확히는 제가 ISTJ, 서율이는 ESTJ에요. 그런데 성향은 엄청 달라요. 그로 인해서 나오는 시너지가 상당해서 기대해볼만 했어요. 실제로 준비하면서 이 친구한테 많이 배웠던 점도 있었고, 포부를 굉장히 크게 설정했기 때문에 앞으로 브랜드에 대한 확장성을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했어요. 그렇게 먼저 제안을 했죠. 각자 상호보완이 확실하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투자 예산을 합쳤기에 이 상권, 이 자리에 들어올 수 있게 된 거죠. 박 저도 잘 맞을 것이라 생각하고 예상하고 합류했습니다. 확장성이 좋잖아요. 하나의 콘텐츠로만 펼쳐갈 거라면 혼자서 아담한 매장을 만들어서 일매출 20~30만 원 가져가서 본인이 당장 만족할 정도로는 벌 수는 있겠죠. 하지만 그래서는 미래를 그리기 어려울 것 같았어요. 이왕 일을 한다면 크게 벌려보자는 생각이었죠.
어떤 점이 서로의 시너지일까요
이 저희 둘 다 신중한데 소율 대표는 신중하면서도 추진력이 좋아요. 매일이 시너지인 것 같아요. 당장 오픈 이래 쉰 적이 없으니 서로의 어깨에 기대고 있습니다. 박 제겐 일단 해보자라는 정신이 있죠. 또, 같은 분야에서도 서로 관심을 가지는 방향이 달라서 상호보완이 돼요. 형(이성균)은 사람 관계와 매장 내에서의 경험 같은 외부적인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저는 직관적인 맛이나 커피 추출 등의 기술의 숙련도, 매장의 체계와 같은 내부적인 과제에 더 관심이 있죠.
여태까지 해 보니 어떠세요
박 손님들이 커피를 맛있게 드셔주셔서 큰 보람을 느껴요. 아, 그런데 지금 몸이 많이 지쳐요. 쉬어가야 할 시기가 필요한 것 같아요. 이 짧은 시간 안에 자리가 잡혀가는 모습이 아직도 낯설고 신기해요. 벌써 적립 20회에 육박하는 손님들도 계세요. 큰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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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시넌이 무슨 뜻인가요
이, 박 독일어인데요, ‘기억하다, 회상하다’라는 뜻입니다.
독일어를 매장 이름으로 쓰는 건 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이 매장을 차리기 위해 콘셉트, 키컬러, 아이덴티티 같은 것을 생각하잖아요. 서율이랑 준비하며 밀고 나갔던 아이덴티티는 이 매장에 오는 고객이 이 공간에서 커피를 마시고 여운이 길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그 콘셉트를 어떻게 현실에 구현해야 할지 막막했어요. 그래서 혼자 유럽으로 떠났어요. 어떤 형태로 카페가 존재할지 보고 싶었거든요. 사실 유럽은 건물들이 대부분 굉장히 오래되었기 때문에 아주 낡았어요. 인테리어적으로는 기대할 게 전혀 없어요. 속된말로 정말 커피 하나로 조지는구나 느끼고 있었죠. 그러다가 독일에 갔는데, ‘알트 베를리너’라는 카페가 있었어요. 그 뜻을 찾아보니까 오래된 베를린 사람들이더라고요. 재미있었어요. 나도 매장 이름을 독일어로 차용해 봐야겠다 생각했죠. 그 전에는 스페인에 있었는데 영어권이 아니라, 말도 잘 안 통하고 의미도 유추하기 어렵더라고요. 독일은 영어랑 비슷한 구석이 있잖아요. ‘기억해줬으면 좋겠다’가 우리가 생각한 매장의 콘셉트였어서 단어 몇 개를 찾았고, 그중에 앤시넌으로 골랐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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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직전에 유럽 다녀오셨다니 기억이 생생할 것 같아요. 카페 문화적으로 차이가 있었나요?
이 현지 로스터리에는 배치브루가 많았어요. 맛은 그냥 평범하네 싶다가도 블루베리 주스 같은 맛이 나기도 하고 단맛도 좋은 곳이 있었어요. 아이스 브루잉은 일단 없고, 서버와 잔을 따로 제공해 항상 소비자가 따라먹도록 해요. 양도 적고, 식어가면서 변화하는 뉘앙스를 더 느끼게끔 해주는 것 같아요. 또 대부분 우유 베이스 커피가 많아요. 필터 커피 아니고서야 블랙 커피 먹는 사람은 거의 못 봤어요.
어딜 가든 직원과 손님이 친구처럼 보이기도 해요. 스웨덴에 갔는데 우리나라처럼 ‘안녕하세요’ ‘어서오세요’가 아니라 항상 ‘헤이Hej’에요. 스페인은 또 달라요. 카페라는 개념 자체가 드물어요. 식당이나 베이커리에 그냥 에스프레소 머신이 있는 거예요. 콜라 같은 수준이죠. 음식점에 콜라 없으면 이상하잖아요? 스페인에서는 에스프레소 없으면 이상한 거예요. 그러다 보니 더더욱 관리가 안 되는 것 같아요. 커피가 없으면 이상하게 쳐다보는 문화지만, 그만큼 맛도 아쉬웠던 게 아이러니였죠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이 팀 웬들보의 팀 웬들보랑, 에이프릴의 패트릭 롤프랑 대화했던 게 기억나요. 간단한 스몰토크이긴 했지만요. “난 한국에서 왔는데, 당신 커피 너무 좋아한다”라고 하니 와줘서 고맙다고, 여기 물가 너무 비싸지 않냐고 하더라구요(웃음). 패트릭한테는 까눌레랑 에스프레소도 얻어먹었죠. 또 돌아다니다가 한국 여자분이랑 카페에서 만났는데, 인사하다가 제 소개를 하면서 커피 마시러 다닌다고 했죠. 흥미로우셨는지 저랑 동행하고 싶다고 해서 같이 여러 카페를 돌아다녔어요. 그 친구의 부모님이 코펜하겐에서 사업을 하시는데, 커피 콜렉티브 가서 원두 사다드리게 될 정도로 가족 분들이 커피에 완전히 빠지게 되셨어요. 내심 뿌듯했죠.
저는 한국에 돌아왔는데 그 친구는 유럽 여행을 더 한다기에 커피 콜렉티브에서 원두를 좀 부탁했었어요. 그런데 콜렉티브 말고도 드롭 커피 로스터스, 라 카브라, 에이프릴 원두를 선물받았어요. 완전 서프라이즈였죠. 아쉽게도 그건 판매를 할 수는 없으니, 고객님들께 한 잔씩 드리면서 잘 나눠먹었습니다. 참, 제가 튀일을 쓸 거라는 계획을 말했는데 그걸 기억하고 벨기에에서 튀일도 선물로 줬어요. 그런 디테일에 감동을 많이 받았어요. 그 친구는 이번 수능으로 의대를 준비하고 있다는데, 큰 결실을 맺었으면 좋겠습니다. 항상 응원합니다! 윤현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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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시넌 뜻이 기억하다, 회상하다잖아요. 커피를 통해서나 커피를 하면서 기억되는 순간이 있었나요
이 처음에 다녔던 직장이 프랜차이즈였어요. 제가 퇴사를 예정하고 단골 고객들께 사실을 말씀드리니, 본사나 옮긴다는 매장으로 찾아와주신다는 고객님들이 계셨어요. 그걸 보며 제가 기분 좋은 서비스를 해 왔구나. 라는 것을 느꼈었던 게 기억에 남아요. 박 가끔씩 제가 좋아하는 맛을 주변에서도 맛있다고 하면서 다들 성장해간다는 걸 느낄 때가 있어요. 누구는 커피 추출은 고사하고 스팀도 몰랐는데, 이제는 필터도 곧잘 내리는 모습 보면 다들 어느 분야에서 조금씩 성장한다는 걸 매달 느껴요. 매장 하면서도 매일 어제와 오늘이 다르다는 걸 체감 중이에요.
넌씨눈과 발음의 유사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박 아, 그거! 친구들도 자꾸 그러는데 스트레스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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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시넌 매장 콘셉트를 소개해주세요.
이 사람간에도 처음 만나도 이 사람이 좋다라는 뉘앙스를 풍기면 다시 만나고 싶어지잖아요. 사람들이 앤시넌이라는 공간을 방문하고 나갔을 때의 경험이 긴 애프터로 남아서 다시 매장에 발걸음 하도록 만들고 싶었어요. 공간적으로는 인테리어 해주신 업체와 같이 구상을 했어요. 저희는 자본금이 부족했는데, 패브릭이나 타일 소재를 사용하는 걸 그 팀에서 제안을 해 주셨어요. 이 공간을 보고 도전정신이 드셨나 봐요. 바 중심의 인테리어를 원했는데, 지역 특성에 맞추고 싶었어요.커피 바를 입구에서 보자마자 압도될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짰어요. 박 손님과의 경계를 허물고 서로 다가가기 쉬운 구조잖아요. 여러가지 커피를 다루며 다양한 경험을 제공해드리고 싶었어요. 이 처음 생각한 건 미드 센추리의 따뜻한 무드 톤이었어요. 그런데 요즘 정말 대기업들이 커피 사업에 많이 투자하잖아요. 그 특유의 브랜딩된 톤이 있어요. 우리도 그렇게 가야하나, 모던하게 짜야하나 고민도 했었지만 결국에는 ‘우리는 이 상권의 친구’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었거든요. 패브릭 같은 소재로 좀 더 따뜻하고 한국적인 요소들을 넣기로 했어요. 이 아이디어도 인테리어 회사에서 줬습니다. 브루잉 중심이니, 바리스타의 무대를 만들고 싶으니 뒤에 배경을 덧대서 집중하게끔 하려는 의도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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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상권에 자리잡은 이유는 뭘까요
이 이유는 크게 2가지에요. 첫번째로 성수, 마포, 용산 같은 굵직한 상권에는 커피를 잘하는 곳이 너무 많아요. 그걸 피하고 싶었어요. 살아남아야죠. 두번째로 학생들이 많은 상권이 폭발적이다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어요. 그래서 처음에 회기에서 한 달을 살다시피 했어요. 정말 좋았지만 조건이 맞는 곳이 없었죠. 저희 예산에 스무평 남짓한 공간 찾는 게 쉽지 않거든요. 그 뒤로 건대에서 한 달을 살면서 이 자리를 찾았죠. 건대를 돌아다녀보니 바에 사람들이 앉아 바리스타와 스몰톡 할 수 있는 곳은 고사하고 제대로 필터 커피를 취급하는 곳이 없었거든요. 그렇다면 여기서 해보자. 사람 상대로 말 하는 건 둘 다 좋아하니까 건대에서 우리의 도전을 시작하면 어떻냐고 했죠. 옆동네 성수만 봐도 성공사례가 많지 않느냐. 한번 우리가 건대에서 그 문화를 만들어보자라는 마인드였어요. 그래서 인테리어적으로는 바를 중점적으로 크게 짰고, 학생들도 많다 보니 창가와 단체석을 개인 작업 공간으로 꾸렸어요. 바 자리에는 콘센트가 없어요. 하지만 아직까지 바에 앉기를 부담스러워 하는 사람들이 많고, 필터를 찾는 고객들도 적어요. 문화를 만들어가는 중인 거 같아요.
대학가다 보니 다른 상권들과 분위기가 좀 다를 것 같아요
박 시간대에 따라 달라요. 그런데 다양해서 오히려 경쾌하죠. 점심 때는 학교 교수님들처럼 교직원 분들이 많이 오시는데, 오후와 저녁에는 학생들과 지역 방문자들이 많아요. 이 주말은 외부에서 유입이 상당해요. 하지만 로컬, 그러니까 인근 주민들 사이에서의 입지는 아직 많이 떨어지는 것 같아요.
건국우유를 안 쓰는 것 같은데 건대생들에 대한 배신이라고 해석해도 되나요
박 저희 커피와 가장 어울리는 맛을 찾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섭섭해하지 않았으면.. 이 저희와 거래 중인 로스터리는 오히려 매일우유를 권유했지만 정작 저희는 서울우유를 사용하고 있어요. 미안하지만 배신이 아니에요. 맛있는 곳이 살아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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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시넌이 추구하는 커피는 어떤 스타일인가요
이, 박 잡맛 없이 깔끔하게 떨어지지만 향미는 펼쳐져 있는 오점이 없는 커피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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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시피와 추출 팁도 한번 알려주세요
이, 박 미분에서 오는 풍부한 바디, 진해지는 뉘앙스도 좋지만 더 깔끔하고 티라이크한 커피를 내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미분을 제거해요(커피마다 상이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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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여운이 남는 앤시넌식 커피 내리기
준비물
메저 ZM, 오레아
추출 비율 Hot 1:14.59 / Ice 1:8.72
원두 사용량 Hot / Ice 18g 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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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붓기
따뜻한 커피
분쇄도 500-700 미크론
수온 92-93도
00:00 ~ 00:30 뜸 70g (총 70g)
100g 붓기 (총 170g)
100g 붓기 (총 270g)
02:20 ~ 02:20 추출 종료
*물이 다 빠지면 다음번 푸어 |
아이스 커피
분쇄도 500-700 미크론
수온 94-95도
서버에 얼음 2~3알 준비
00:00 ~ 00:30 뜸 70g (총 70g)
100g 붓기 (총 170g)
50g 붓기 (총 220g)
02:20 ~ 02:20 추출 종료
*물이 다 빠지면 다음번 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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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
오레아가 추출이 빠르고, 미분을 날리기 때문에 드라이한 뉘앙스 및 과소추출 위험
-> 유속을 강하게 가져가고, 스월링도 충분히 해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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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노르딕 스타일과 비슷한데요
이 스톡홀름 터줏대감 드롭 커피 로스터스에서 한 잔을 마셨는데, 한 모금의 여운이 길다 못해 입 안에 계속 남아 홍차를 계속 우려내는 듯한 기분이 드는 거예요. ‘티라이크’한 가벼운 한 잔이 좋은 애프터로 남는 경험을 살려서 커피도 그런 쪽으로 추출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언제부터 저도징에 집중하고 계시다고요
박 사실 센서리도 사람의 역치만큼 느낄 수 있잖아요. 커피를 점점 마시다 보니 맛 보는 스펙트럼이 늘어나고, 또 처음에 맛있다고 느꼈던 커피들을 되돌아보니 자극적이더라고요. 20-22g 넣는 게 보통의 레시피인데, 꼭 이만큼을 사용해야만 커피에서 그렇게 맛이 나는 건가? 우리는 커피를 과하게 쓰고 있는 게 아닐까? 라는 의문이 들더라고요. 더 낮은 도징량을 설정해도 충분히 맛있는 커피를 뽑아낼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실제로 필터로 14-16g을 도징해서 내리는 곳들이 있잖아요. 한 잔의 커피 양으로도 부족하지 않거니와 인텐스도 괜찮았어요. 스타일의 차이이지 않나 싶어요. 이 노르웨이에서 팀 웬들보에 들렸었잖아요. 현지에서 마셔 보니 로스팅만 라이트하게 하는 게 아니라 추출 자체도 그렇게 하더라고요. 비단 웬들보 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노르딕 로스팅이라고 총칭하는 곳들의 커피가 다 그랬어요. 그래서 저희가 다루는 커피가 그렇게 가고 있어요. 여운이 길다라는 게 우리나라처럼 인텐스가 강해서 그런 느낌은 아니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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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프레소 주문하면 같이 나오는 게 특이한데 자랑 한 번 해주세요
이 튀일인데요, 에스프레소에 설탕 대신 제공해드리고 있어요. 버터와 설탕 박력분으로 만든 과자라고 생각하시면 편해요. 에스프레소 드시다 넣고 스푼으로 깨서 드셔도 돼요. 잘 녹거든요. 아니면 에스프레소 다 마시고 마지막에 과자처럼 즐길 수도 있는 앤시넌만의 사이드킥입니다. |
또 우리 매장에서 이건 꼭 먹어야 한다는 메뉴가 있다면요
박 멜팅 치즈를 추천합니다! 바스크에 설탕으로 코팅을 한 디저트에요. 이 여러 번의 레시피 변화를 거쳐 만들어냈습니다. 필터 커피와 함께 먹어도 깔끔하고 조화로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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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앤시넌의 행보가 궁금해요
이 지금은 안정화 단계인 것 같아요. 이 단계가 끝나면 해외 로스터리 하나를 선정해서 공식 디스트리뷰터가 되고 싶고요, 장기적으로는 서울 근교에 앤시넌의 소형 로스터리를 만들고 싶어요. 블랜딩 정도는 자급자족할 생각입니다. 또 디저트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브랜드를 확장시키고 싶어요. 박 사업을 다른 분야까지, 혹은 크게 확장시키고 싶어요. 생두를 직접 다루며 이 산업의 중추까지 깊숙이 들어가보고, 더 많은 경험을 해보고 싶습니다.
찾아주시는, 찾아주실 손님들께 한마디
박 찾아주셔서 감사하고, 찾아주실 것에 미리 감사합니다. 이 평양냉면 첫경험이 뇌리에 남듯, 앤시넌에서의 첫경험 또한 동일하실 겁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경험을 하신 겁니다. 우리 매주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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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자기 매장을 꿈꿔봤을 겁니다. 진지하진 않았더라도 가벼운 상상 정도는 다들 해 봤으리라 믿습니다. 그러다가 취미는 취미에서 끝내야지라는 생각에, 네 업장을 차려도 알바보다 못 벌거라는 주변의 만류에, 직원으로 있으면서 생기는 내적 안정감에 창업의 꿈을 마음 속에 접어두곤 하지요. 도전이 아름다워 보이는 건 그래서입니다. 시작하는 것 자체가 얼마나 힘든지 알고, 그 과정은 더 험난하기 때문이지요. 인터뷰를 끝내고 나오며 느꼈던 묘한 벅참은 아마도 대표 두 명의 설레임과 열정이 아직 채 가시지 않아서였을 겁니다.
자기 업장을 차렸으니 끝이라고 생각하는 사장님들도 참 많습니다. 앤시넌에선 그런 기운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이제 시작이라는 마인드로 커피 공부를 놓지 않고, 각자의 장점을 살려 진심으로 다가가는 모습은 스페셜티 불모지에서 그 문화부터 만들어 나가겠다는, 자칫 치기로도 보일 수 있는 그들의 목표가 허무맹랑해 보이지 않게 합니다. 이성균, 박서율 두 대표가 함께 그려나가는 앞으로의 앤시넌을, 함께 커져갈 건대 스페셜티 커피 씬을 기대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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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너로빅 내추럴 누들
블루베리와 춘장을 구분하지 못하는 서양인들에게 바치는 건대 면식수행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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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옌
앤시넌 골목에 위치한 오래된 중식당. 강화제 들어간 노란 면인 건 아쉽지만 배달까지 하려면 어쩔 수 없죠. 간짜장은 뻑뻑하니 잘 볶았습니다. 탤런트 홍석천, 이원일씨도 다녀갔다고 하네요.
주소 서울 광진구 능동로 13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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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시넌
영업시간
주소 서울 광진구 능동로 137-3 1층
전화번호 02-466-4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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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회차 외근일지입니다. 매번 봐주시는 분들을 위해 이벤트를 해볼까 하는데, 좋은 의견 있으시면 알려주세요. 진심 담긴 피드백도 언제나 환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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