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티와의 인연
아이덴티티 커피 랩을 처음 만난 기억은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전설 같은 커피가 있었습니다. 당해 콜롬비아 COE에서 10위에 오른 커피이고, 스코어는 89.76점이었는데 낙찰가가 무려 1위를 한 커피보다 높다는 겁니다. 놀랍죠. 오직 커피의 품질로 순위를 매기는 게 COE이고 보통 가격은 품질에 비례하니까요. 그 위로는 전부 90점대 스코어였거든요. 대체 무슨 커피기에 이런 말도 안 되는 결과가 나왔나 궁금했습니다.
그 주인공은 엘 파라이소 농장의 더블 무산소 가공을 거친 카스티요 품종이었습니다. 지금이야 엘 파라이소는 무척 유명하고, 무산소 커피도 넘쳐나지만 당시만 해도 코스타리카 데 푸에고나 콜롬비아 라 미니아, 엘 디아만테 정도의 농장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가공이었습니다. 그것조차도 시나몬 맛이 나서(지금은 인퓨징임이 밝혀졌죠) 신기했는데, 그런 가공을 두 번이나 했다? 심지어 맛은 계피가 아니라 딸기 요거트 웨하스다? 그것도 뉘앙스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노골적으로 딸기 맛이 느껴진다? 호기심이 안 들면 커피 좋아한다고 말하면 안 되죠.
그 전설 같은 커피 정체도 알았겠다, 이제는 먹어봐야겠는데 그때만 해도 국내에 그런 커피를 취급하는 곳은 몇 없었습니다. 그중 하나가 당시 효창공원에 있는 작은 매장인 아이덴티티 커피 랩이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5년 전쯤이면 제가 대학생이었는데요, 휴학도 해서 정말 시간이 넘쳐났습니다. 말 그대로 매일 카페 투어를 다니던 시절이니 마침 잘 됐다 싶었죠. 바로 달려갔습니다.
첫 방문엔 아쉽게도 엘 파라이소가 품절이었습니다. 에티오피아 원두를 마셨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요거트 노트가 좋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허나 좀 더 인상 깊었던 건 매장의 위치와 구조였죠. 층수만 2층이지 그 좁디좁은 매장에(3층까지 있었던 건지 아닌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좌석도 어떻게든 배치해놓은 것이 거의 박지성을 연상케 하는 공간 창출이었습니다. 참 감각 좋다고 생각했었죠. 외관은 두말할 것 없이 예뻤구요. '집만 가까우면 자주 갈 텐데'라는 아쉬움을 삼키며 첫 방문은 마무리했습니다.
그 뒤로도 계속 갔습니다. 못 마셨던 엘 파라이소를 다시 한번 도전하러 갔었고요, 망원 매장이 닫는 날 파나마 게이샤를 먹으러도요. 시간이 여의치 않는다면 원두를 샀습니다. 많은 커피가 기억에 남지만 라스 마가리타스 수단 루메가 특히 최고였습니다. 커피만이 아니더라도 제게는 아이덴티티가 참 재밌습니다. 엘 파라이소의 커피를 마시기 위해 첫 방문했던 곳에서 엘 파라이소 가향에 관한 연구를 했잖아요.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 기묘한 인연을 제쳐두고서라도 일반 카페에서 진행할 만한 수준의 내용이 아니라는 점에서도 놀라웠습니다.
그런 아이덴티티 커피 랩의 네 번째 매장에는 에디터 자격으로 방문했습니다. 다른 누구의 생두가 아닌 도안에서 수입한 생두로 볶은 커피를 마셨고요. 평소라면 대화 붙이기도 힘들었을 윤원균 대표님과 여러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감회가 새롭습니다. 저도 이제 월클일까요? 월클 판독기 손흥민 선수 아버님께 여쭤봐야겠습니다. |
|
|
외 근 일 지
소속 카페 도안
직책 에디터
행선지 아이덴티티 커피 랩
이동수단 대표님이 차를 태워주셨다(저는 운전을 못합니다 하하)
날짜 아이덴티티 커피 랩이 가오픈한 2023년 5월 16일
수행업무 도안이 수입한 커피 맛보기
업무결과 아이덴티티 커피 랩이 잘 나가는 이유 파악 |
|
|
예전 아이덴티티 커피 랩과는 다른 파사드가 눈에 띄었습니다. 뭐랄까, 과거에도 예뻤습니다만 느낌이 다릅니다. 문도 일반 문이 아니라 통째로 돌아가는 통문입니다. 자칫 입구를 찾기 힘들 수도 있습니다만 그럴 일은 없겠습니다. 그 아이덴티티 커피 랩의 새 매장 가오픈인 만큼, 사람이 엄청 몰렸습니다. 웨이팅 리스트가 입구에 붙어있더라고요. 한국 사람들은 잘 못 읽는 PUSH. 당기세요 아닙니다. |
매장 내부도 여태까지와의 아이덴티티 커피 랩과는 다른 광경이 펼쳐집니다. 확실히 이번 매장은 뭔가 다릅니다. 이 느낌을 뭐라고 정의해야 할까 한참을 생각했는데, 마땅히 표현이 떠오르질 않습니다. 속된 말로 '돈 냄새(?)가 난다'는 말만 자꾸 머리에 맴돕니다. 전문가의 손길을 거친 티가 납니다.
좌석부터 볼까요. 들어서자마자 눈앞에는 높은 아일랜드 바 테이블이 있습니다. 창가를 따라서는 일반 테이블이 있고요, 카운터에도 테이블이 있습니다. 좋아하는 스타일의 좌석에 앉을 수 있도록 다양하게 구성해놓은 것이 좋습니다. 특히 카운터 석이 마음에 드는데요, 저 좌석이 있어야만 하는 이유는 메뉴판에서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
|
|
메뉴판 자체로는 깔끔하지만 특별하다고는 할 수 없는데요, 메뉴는 정반대입니다. 바로 '커피 플래터'의 등장인데요. 서교동 아이덴티티 커피 랩의 시그니처 메뉴입니다. 보통 시그니처 하면 떠올리는 건 아이스 라떼를 베이스로 한 크림이 올라간 커피잖아요. 메뉴명은 OOO(상호 혹은 행정구역 이름)라떼고요. 아이덴티티 커피 랩은 다르게 접근했습니다. 커피 세 가지를 내어주는 코스 메뉴를 대표 메뉴로 내었습니다. 아쉽게도 제가 갔을 때는 품절이어서 접하지 못했습니다.
아쉬운 대로는 아니고, 바로 저희, 도안이 수입한 '에콰도르 라 노리아 그린 게이샤 무산소 워시드'와 '에콰도르 엘 도라도 우시 우시 무산소 워시드'를 주문합니다. 다른 커피들도 궁금했지만 아무래도 팔은 안으로 굽잖아요. 하하. 커핑했을 때부터 기대감 가득했던 저희 생두를 아이덴티티 커피 랩에서 볶았다는데 어찌 궁금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또 로스터가 직접 내리는 커피라면 기대가 더욱 되죠. 콩에 대한 완전한 이해를 바탕으로 추출을 진행하는 거잖아요. |
주문하고 나서는 마침 남아있던 테이블인 카운터석에 앉습니다. 원래도 카운터 석이 있다면 꼭 찾아서 앉는 편이지만, 이날은 딱히 선택지가 없었어요. 손님들이 정말 많았거든요. 다행히도 남은 자리가 원하는 자리였습니다. 앉고 나서는 추출하는 모습을 구경했습니다. 좋더라고요.
가오픈 이벤트인지 윤원균 대표님이 직접 커피를 내리시면서 바 자리 손님들과 소통하고 계셨습니다. 커피 플래터에 안성맞춤인 자리입니다. 공간과 의도가 합일하는 것이 과연 아이덴티티 커피 랩이다 싶습니다. 당연히 커피는 잘 하는 브랜드이지만, 커피만 잘 해서는 지금처럼 훌륭하게 크기까진 더 오래 걸렸을 겁니다. 커피 랩이라는 이름이지만 커피 공방이 아니라 카페니까요. |
|
|
커피를 받아서 마시다 보니 이제야 다른 곳들도 눈에 들어옵니다. 놀러 온 게 아니라 에디터로 온 만큼 이곳저곳 사진을 남겨야겠죠. 지난번 커퍼시티 글에서 망원동이라고 3배줌 망원렌즈 썼다는 이상한 드립을 쳤더니 망원렌즈로 사진만 찍으면 자꾸 노이즈가 생깁니다. 벌받은 거죠. 퀄러티가 조금 떨어지는 사진이 있더라도 마음 넓은 독자님들께서 이해 부탁드리겠습니다.
벽면에는 원두를 판매하는 섹션을 따로 마련해뒀습니다. 독립되어 있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원두 봉투의 색감 덕에 눈길이 더 자주 갑니다. 나머지는 굿즈로 채워져 있고요. 많은 오브제를 두는 것보다는 비울 수 있다면 최대한 비워두기를 좋아하는 제 스타일과 잘 맞습니다. 선택과 집중! |
|
|
소속을 밝히고 있지 않다가 주문한 커피를 받고 이제서야 정식으로 소개를 합니다. 도안에서 왔다고 하니 놀란 눈치. 예고한 방문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윽고 시작된 커피 이야기. 도안에서 진행 중인 대구 프로젝트에 꽤 관심을 보이십니다. 향후 들여올 생두도 살짝 귀띔해 드립니다. 내친김에 인터뷰까지 해볼까 싶었지만, 다른 손님들 응대도 하셔야 하기에 아쉽지만 서면으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
|
|
독자님들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 아이덴티티 커피 랩을 운영하고 있는 염선영, 윤원균입니다.
벌써 4번째 매장입니다. 감회가 어떠신지요
새로운 일은 언제나 저희를 설레게 하는 것 같아요. 이전보다 더 좋은 공간과 커피를 보여드려야 한다는 어떤 결과물에 대한 부담이 늘 함께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외부의 시선보다는 좀 더 저희가 하고 싶고 담고 싶은 것들을 표현하기 위해 공간마다 최선을 다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나온 공간들을 돌이켜보면 당시 저희가 추구했던 의식적인 것들이 형태로 남아 발자취처럼 기록되어온 것 같아서 뿌듯하기도 합니다.
이번 매장에서 중점을 둔 건 뭘까요
이전에는 저희의 개인적 취향을 많이 반영했어요. 이번 매장에서는 저희의 슬로건 Clean, Clear, Essence를 공간 안에 담아내 보고자 했습니다. 추상적인 개념들을 구체화시킨다는 것이 쉬운 작업이 아닌 만큼 이번에는 처음으로 인테리어 스튜디오와 함께 작업을 했는데요. 인테리어의 포인트 요소가 되는 유리 소재를 통해 투명함과 깨끗함을 표현하고 쉐입이 분명한 가구들을 사용하여 지향하는 바가 명확한 브랜드의 신념을 투영했습니다. 브랜드가 추구하는 본질이 커피인만큼 전체적인 톤은 무채색의 무드를 기반으로 하여 공간 자체보다 커피라는 본질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의도해 보았습니다 :)
매장을 계속 옮기시는 건 새로운 도전에 대한 열망일까요, 현실적인 이유일까요
정말 감사하게도 브랜드의 성장 속도가 늘 예상했던 것보다 빨랐고, 매 공간에서 낼 수 있는 퍼포먼스가 제한적이다 보니 현실적인 이유들로 이전을 하게 되었습니다. 주변에서도 이전을 계획할 때 조금 더 장기적으로 바라보고 투자를 할 수 없었는지에 대한 아쉬움을 많이 주시기도 했어요. 사실 저희에게는 매 공간이 도박과도 같은 투자나 다름없었습니다(하하). 아시다시피 워낙 자본이 적은 상태에서 사업을 시작했으니까요.
항상 지역은 효창공원, 망원, 홍제 등 마포권입니다. 마포에 특별함이 있나요
효창공원 역 앞에 처음 매장을 오픈하게 된 이유는 접근성 때문이었어요. 서울에 꼭 매장을 내고 싶었는데 주머니에는 여유가 없었어요. 그럼에도 어디에서도 찾아오시기 수월한 지역에서 시작하고 싶었거든요. 그러다 우연한 기회로 다음 매장을 망원동에 오픈하게 되었는데, 그때 신혼집도 매장이 있는 건물 2층이었거든요.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망원동 특유의 분위기를 정말 좋아했고 지금도 무척 좋아합니다. 왠지 동네의 분위기가 저희 성격과도 많이 닮은 느낌이에요. 지금은 고양시로 이사를 갔지만 워낙 추억이 많은 동네이다 보니 고향처럼 느껴져서 그때부터 계속 마포 주변만 맴돌게 되네요(웃음)
|
|
|
엘 파라이소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의문을 품게 된 계기가 있을 거 같아요 저희도 3~4년 전 엘 파라이소 농장의 이중 무산소 발효 커피를 처음 접했어요. 센세이션한 느낌을 받았고 매장에서 판매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하나의 랏이었던 이중 무산소 발효 가공 방식의 생두가 다음 해부터는 리치, 플럼, 패션후르츠와 같은 다양한 과일 시리즈로 생산되기 시작했어요. 단지 무산소 발효를 두 번 진행한다는 이유로 합성 경로가 다른 여러 가지의 향이 나온다는 점에 의문이 들었습니다. 해가 지날수록 엘 파라이소 농장의 커피는 더욱 여러 버전으로 생산되며 스페셜티를 대표하는 커피가 되었는데, 콜롬비아의 다른 농장에서도 이중 무산소 발효 가공 방식으로 비슷한 커피가 출시되었어요. 해를 거쳐가며 업계에서도 가공 방식에 대한 논란이 조금씩 더해졌고 이에 저는 해답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분석하려고 해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잖아요. 어떻게 접근하셨나요 말씀하신 대로 처음에는 잘 아는 분야도 아니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너무 막막했었는데요. 자료를 찾아보다가 와인 또한 커피와 같은 가향에 대한 이슈가 오래 전에 발생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와인의 향과 투명성에 관련된 해외 논문들을 많이 참고하며 검사 레퍼런스를 만들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당연히 시행착오도 정말 많았고요.
상세한 과정도 궁금해요 주로 한국고분자연구소와 서울대학교 평창캠퍼스 검사실과 연락하며 일 년 반 정도의 긴 시간 동안 레퍼런스를 쌓아가며 분석을 진행했어요. 의문이 들었던 성분과 농도, 생두에 존재하는 특정 향(복숭아 향)의 생성 경로, 생두에 존재하는 향의 정량 등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를 토대로 농장 측에 천연 복숭아 향을 만들어내는 불포화지방산인 리시놀레산의 첨가에 대한 의견과 자료를 제시했습니다. 여러 번의 메일이 오간 끝에 농장 측이 리놀산, 리시놀레산의 첨가를 인정했습니다. 엘 파라이소 농장의 리치 생두에서 느껴지는 또렷한 복숭아 향이 단순히 두 번의 무산소 발효를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결론과 함께 논란을 마무리 짓게 되었습니다.
당시 내용을 공개한 방송이 이슈였는데요, 여러모로 부담스러우셨을 텐데 연구 결과를 공개하게 된 결심은 언제 드셨나요 커피를 좋아하는 방향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이러한 방식으로 커피에 대한 애정이 조금씩 표출되는 것 같고요. 처음에는 그저 제 개인의 의문과 궁금증으로 시작되었지만 어떠한 방향의 결과가 나오더라도 꼭 공유하고 싶었어요. 그게 어떠한 결과든 이 오랜 논란이 조금은 정리가 되면 좋겠다는 마음이 컸습니다.
해당 방송 내용을 잘 모르는 독자분들도 있을 거 같아요. 간략하게 설명 부탁드려요 이번 검사는 검사 대상의 화학적 혼합기체를 분리하여 성분을 확인하는 기체 가스크로마토크래피 검사를 통해 커피에 존재하는 성분을 확인하는 방법이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생두 상태에서 존재하는 향을 검사하는 조건이 선행되어야 했습니다. 시행착오를 거쳐 성분 확인이 가능한 특정 조건을 찾아냈습니다. 여러 가지의 향기 성분과 식품첨가물의 성분을 확인 후 발효, 발향의 연관성을 관련한 분야의 많은 전문가분들의 자문을 통해 향료의 부형제로 사용되는 프로필렌글리콜의 존재를 추적했습니다. 이후 커피에 존재하는 복숭아 향(감마데카락톤)의 정량을 측정할 수 있는 SPME 필터를 거친 검사를 통해 정량을 측정하여 농장 측에 외부 물질 유입에 대한 근거를 제시할 수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농장 측에서 천연 복숭아 향료의 재료인 불포화지방산 리시놀레산의 첨가를 공유하고 또 인정했습니다.
방송 중이나 후에 못다하신 이야기가 있다면 이 자리를 빌려 한번 말씀해주세요 저뿐만이 아닌 많은 분들의 투명성에 대한 관심 덕분에 오랫동안 무산소 발효 가공 카테고리에 포함되었던 플레이버드 커피가 점점 가향=인퓨즈드 커피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로 자리 잡혀가고 있습니다. 가향이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이미지 등의 이유로 투명하게 가공 방식을 공개하는 농장들의 인퓨즈드 기술력이 들어간 커피 또한 폄하해서는 안될 것 같아요. 우리는 갈수록 새롭게 변화하는 가공 방식과 발효 트렌드를 마주하게 될 거예요. 그게 인퓨즈드 커피든 또 다른 어떤 가공 방식이든, 그 맛과 향을 만들어지는 과정이 더욱 투명해질수록 문화의 깊이가 깊어져가며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담아낼 수 있지 않을까요? |
|
|
로스터이신 만큼 커피에 관한 주관도 뚜렷하실 거 같아요
생두를 고르고 로스팅을 하며 과정 안에 개성을 담아내는 일은 저에게 있어 가장 의미 있고 행복한 일 중 하나입니다. 그러다 보니 생두를 고를 때에도 많은 고민을 필요로 하게 되는데요. 우리가 좋아하는 스페셜티 커피가 일반 커피와 차별점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다양한 향과 맛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생두를 선택할 때 복합적인 향과 맛을 만들어내는 커피의 품종이라던가 농장의 떼루아, 가공 방식과 같은 섬세한 과정들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또 이러한 과정에서 생긴 변화에 대한 결과물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데 있어 판매자인 제가 우선적으로 이해가 되고 공감이 되는 커피를 소개하는 것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고, 또 그렇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 라인업에서 그런 티티를 가장 잘 드러내는 커피는 무엇인가요
단연 에콰도르 라 노리아 그린 게이샤 무산소 워시드를 꼽을 수 있습니다. 이 커피는 투명한 바탕에 커피의 채도를 잘 살려 표현해 내는 로스팅 방법을 좋아하는 저에게는 보물과도 같은 커피인데요. 고지대에서 잘 표현되는 복합성과 좋은 게이샤 품종이 가지고 있는 밝고 섬세한 향미가 선명하며 무산소 발효를 통해 만들어진 에스테르류 과실향이 조화롭게 표현되는 커피입니다.
*도디터) 저는 '제주사랑 감귤사랑 감귤 쥬스'를 연상했습니다. 가히 압도적! 남아있을 때 드세요. |
|
|
아이덴티티 커피 랩만의 필터 추출 레시피와 그렇게 설계한 이유가 궁금해요
원두 18g, 물은 총 270g을 사용합니다. 4번에 나누어 부어요.
드리퍼는 하리오 V60 01사이즈 유리 재질을 사용하는데요, 01사이즈는 02사이즈보다 추출 속도가 빠릅니다. 필터가 드리퍼 아래로 튀어나오지 않아 하리오의 리브를 최대한 사용할 수 있어요. 후반부 병목 현상은 자연스레 줄어듭니다. 사이즈가 작은 드리퍼는 높은 수위를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바이패스는 좀 더 일어나긴 해요.
바이패스를 줄이기 위해서 드리퍼 벽면보다는 중앙에 푸어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층류를 만들어 커피가 골고루 섞이도록 하는 게 좋아요.
유리 재질을 쓰는 이유는 플라스틱보다 관리가 편해서에요. 또 추출을 여러 번 진행하더라도 스테인리스처럼 뜨거워지지도 않고 적당한 온도범위 안에서 추출이 이루어져요.
필터는 고노의 WD 1-2용을 사용합니다. 예전에는 박스 포장 하리오 필터를 사용했는데요, 최근에 겉과 안의 엠보싱이 달라져서 추출 시간이 느려졌어요. 바꾸길 잘 했습니다. 만족스러워요. 대신 드리퍼에 밀착시키기 위한 린싱은 필수에요. |
|
|
나도 집에서는 티티지기
준비물
하리오 V60 01사이즈 유리
고노 WD 1-2
분쇄도
900~1000미크론
물 붓기
원두 18g
1) 00:00 - 35g 린싱, 가는 물줄기
2) 00:30 - 120g 가는 물줄기
3) 01:10 - 190g 중간 물줄기
4) 01:40 - 270g 굵은 물줄기
5) 02:20~30 내외로 추출 종료
|
|
|
Point! 높은 수위로 분쇄도를 폭넓게 사용
커피에 따라 다르나 최종 결과물 18~19%의 수율 타겟.
에티오피아는 21%까지도 타겟하여 세팅! |
|
|
코스 메뉴도 생겼습니다. 소개를 안 할 수가 없는데요
매장 오픈 준비를 하면서 자연스레 시그니처 메뉴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만의 방식으로 대중에게 스페셜티 커피를 소개하고 싶었어요. 그때 저희 기획 상품 중 하나였던 플로우리스트의 의도인 '스페셜티 커피에 빠지게 되는 단계'가 떠올랐어요. 이 발상을 메뉴로도 만들어보자고 결정했고 커피 플래터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시그니처 메뉴인 커피 플래터는 분기마다 주제를 다르게 하는 간단한 코스 형식의 메뉴로 한 분이 드시기에 적절한 용량의 커피 세 잔을 제공해 드리는 형태인데요. 새로운 매장을 오픈하는 만큼 첫 번째 커피 플래터의 테마는 '환대'를 주제로 했고 스페셜티 커피의 생소함이 특별함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환대한다는 의미를 담아 세 가지의 커피를 준비했습니다. 이번 플래터는 커피에 입문하시는 분들을 위한 커피들로 준비했습니다. 커피를 단계별로 구성했고, 각 커피마다 다른 추출 방식을 사용하여 재미를 더했습니다. 제공되는 커피의 정보 또한 음용의 재미를 위해 미리 알려드리지 않고 있으니 이 점도 참고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
|
|
티티하면 커피도 커피지만 감각적인 패키지도 일품이죠. 자랑 한 번 해주세요
블렌드 원두는 봉투 패키지로, 싱글 오리진 원두는 봉투에 박스 패키징을 더해서 판매하고 있는데요. 나름의 수고로운 과정으로 커피를 만드는 만큼, 그 정성과 특별함이 패키징에도 담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포장과 디자인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입니다. 특별히 이번에 매장을 새로 오픈하며 리뉴얼된 블렌드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 드리고 싶은데, 다채로운 색을 활용한 블렌드 패키지는 무채색의 미니멀한 공간의 무드와는 상반되어 자연스레 상품에 이목이 갈 수 있도록 디자인했습니다. 블렌드마다 여섯 가지의 아이콘 그래픽으로 각 블렌드의 특징을 표현하였는데 브랜드 상호가 '아이덴티티'인 만큼 아이콘을 활용한 디자인으로 브랜딩 맥락의 폭을 좀 더 확장해 보았습니다. 그래픽 아이콘을 자세히 보시며 연상되는 느낌을 떠올려보는 재미도 있으실 거에요!
예전 미국 모 로스터리와 비슷하다는 해프닝도 기억나요
맞습니다! 그때 해당 로스터리 계정에 들어가 비슷하다는 말이 나왔던 패키지가 처음 피드에 올라온 날짜를 확인해 보기까지 했던 기억이 나네요(하하). 다만 이슈 자체보다는 시각적으로든 브랜드의 방향성이든 모든 면에서 저희만의 아이덴티티가 차별화되고 더 강력해지길 바라는 마음이 있어요. 디자인을 할 때도 레퍼런스가 잘 나오지 않는 신선함을 우선적으로 좇으며 동시에 '아이덴티티스러움'이 묻어날 수 있도록 신경 쓰고 있습니다. |
|
|
아이덴티티 어느새 5년 차입니다. 매장을 처음 차렸을 때 상상한 모습과 지금을 비교하면 어떤가요
처음에는 단순히 저희 색이 담긴 공간과 커피를 하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는데, 사실 이렇게 성장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철저히 미래를 계획하며 행동하기보다는 저희만의 이상은 가지되 그냥 하루하루에 최선을 다하는 타입에 가까워서요. 긍정적인 면이 있다면 해가 갈수록 저희만의 색깔이 점점 확실해진다는 점이에요.
향후 계획도 궁금합니다
매장을 오픈한지 아직 얼마 되지 않은 만큼 당장은 매장에 집중하려고 해요. 늘 그래왔던 것처럼 저희 색을 보여드릴 수 있는 좋은 커피들을 꾸준히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또 저희가 구성원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요. 요즘은 내부적으로도 외부적으로도 더욱 단단하고 강력한 브랜드가 될 수 있도록 저희를 찾아주시는 분들과 파트너사분들 뿐만 아니라 구성원들에게도 좋은 회사로 거듭나기 위해 많은 고민들을 하고 있습니다. 좋은 기회가 온다면 언제든 잡을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습니다.
새 매장 찾아주시는, 찾아주실 고객님들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로스팅이라는 제약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접근성이 좋은 곳에 매장을 오픈해 보니 모든 것들이 새로웠는데요, 방문해 주시는 분들도 저희의 모든 것들이 새롭게 느껴지실 것 같습니다. 혹여 낯설어하지 마시고, 궁금하신 점이 있으시거나 커피가 더 드시고 싶으시다면 티티지기들에게 편히 말씀해 주세요! 만족스러운 시간이 되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
|
|
커피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흘렀습니다.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나가려는데 윤원균 대표님이 마중을 나와 주셨습니다. 하루 종일 브루잉하면서 손님들과 이야기하면 아무리 열정이 있어도, 커피를 좋아해도 기력이 떨어진다는 걸 저도 해봐서 잘 알고 있는데요. 몸 둘 바를 모르겠으면서도 이 정도는 해야 친절이라고 할 수 있겠구나 느낍니다. 언제나 많이 배웁니다. 이제는 국내 정상급 로스터리로 우뚝 선 아이덴티티 커피 랩을 응원합니다.
추신) 앞으로 도안과 아이덴티티 커피 랩이 벌려나갈 재미있는 일들이 많습니다. 기대해 주세요!
추신 찐막) 이번 매장 화장실이 정말 좋습니다. 실사용 마쳤습니다. 강추. |
|
|
플레이리스트 by 아이덴티티 커피 랩
커피 노트를 공감각적으로 표현하듯, 커피와 음악은 분위기와 감성을 조화롭게 표현해요. 플레이리스트는 매장 분위기에 어울리게 고르는데요, 이번 6월에는 Sam ock, Anthony Lazaro의 스타일로 리스트를 구성했어요.
특히 Sam ock - Keep me warm, Anthony Lazaro - Sunday breakfast는 필터 커피와 참 잘 어울린답니다! |
|
|
아이덴티티 커피 랩
영업시간
- 11:00 ~ 19:30(라스트 오더 19:00)
- 일요일 정기휴무
주소 서울특별시 마포구 동교로 139 1층
전화번호 0507-1494-0424
|
|
|
피드백을 남겨주세요!
'도디터의 외근일지' 세번째 편은 어떠셨나요? 독자 여러분의 가감없는 피드백이 에디터를 향한 최고의 응원입니다. 저 이재동은 무플보다 악플이 좋습니다! 물론 악플보단 선플이 좋지만요. 하하! |
|
|
|